어린이를 위한 책이야기

[새가정 2001년 7월호]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꽃들에게 희망을>

해피리딩 2009. 8. 14. 20:23

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생각하는 숲 시리즈)

 

 

[새가정 2001년 7월호 칼럼]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두 권의 책

 

한상수

 

해마다 6월초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보는 일은 참 행복한 연례행사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필자에게 근무시간에 당당하게 나와서 부담없이 돌아보는 도서전 나들이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편집자들의 정성이 가득 배어 있는 무수한 책들을 바라보노라면 새삼스럽게 책 만드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엄숙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이번 도서전은 외국의 좋은 책들이 많이 전시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수준높은 어린이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전시장을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중에 시선을 당기는 책이 두 권 있었다. 바로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꽃들에게 희망을』.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이 책들을 읽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도 물론 아주 오래전에, 아마도 대학시절로 기억되는데 이 책들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확히 처음 읽었던 때가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리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새롭게 읽으면 왠지 다른 감흥이 느껴질 것 같아 도서전에 온 기념으로 두 권의 책을 구입하였다. 이 책들은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부모가 함께 읽어주면서 얘기를 나눈다면 어린이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 책을 접할 기회를 갖는다면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는 분명 아주 흥미로운 경험일 될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1964년에 출판된 이 책은 미국 시카고 출신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시인, 음악가로 폭넓은 예술 활동을 하였던 쉘 실버스타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하였던이라고 쓴 것은 좋은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작가가 애석하게도 1999년에 타계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시적인 문장과 함께 풍부한 해학과 번뜩이는 기지가 녹아 있다. 그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은 글의 재미와 감동을 한껏 더해 준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인생에 있어서 참된 가치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일깨워주는 나무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날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소년이 한 명 있었고, 나무는 매일같이 사랑하는 소년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 어린 시절의 소년은 날마다 나무에게로 와서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곤 한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나무그늘에서 단잠을 자곤 하였다. 이렇게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고, 나무는 소년으로 인해 행복을 느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소년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나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어갔다. 이제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찾아와 나무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나무는 서슴없이 자신의 열매를 따가지고 가라고 한다. 소년은 열매를 가져갔고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나무는 행복함을 느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아온 소년이 집이 필요하다고 하자 나무는 가지를 가져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찾아온 소년에게 배를 만드는 재료로 나무는 몸통을 내어준다. 나무는 소년에게 무엇을 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나무는 소년에게 필요한 것을 다 내어주고 밑동만 남게 되었다. 시간이 더 흘러 어느새 노인이 된 소년은 나무에게 찾아온다. 더 이상 내줄 것이 없는 나무는 소년에게 미안해한다. 그런데 이미 늙어버린 소년에게 필요한 건 편안히 앉아서 쉴 곳이다. 밑동밖에 남지 않은 나무는 소년에게 자신의 밑동에 앉아 편히 쉬라고 한다. 늙어버린 소년은 나무 밑동에 앉아 편히 쉬게 되었고 나무는 행복감을 맛본다.

학생 시절에 읽었을 때는 막연하게 베푸는 사랑, 이타적인 사랑을 생각했었다. 솔직히 소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줌으로써 행복해했던 나무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바로 나무의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무와 소년의 밀월관계가 소년이 성장하면서 멀어지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부모의 곁에서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면서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줄 수 있을 때 나무처럼 행복을 느끼겠지. 나날이 커가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 아이가 내게 준 기쁨을 생각하며 아이에게 절실히 필요한 무언가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렇지만 나무의 심정은 이해했음에도 나무처럼 할 자신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아!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

 

꽃들에게 희망을

두마리 애벌레가 겪는 사랑과 희망의 모험을 원색의 삽화와 함께 들려주는 이 책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세계적인 고전이다. 작가 트리나 폴러스는 자신의 인생 목적은 희망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목적인 희망을 전파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참 자아를 발견하는 길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게 해 주는 힘은 희망과 사랑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노랑 애벌레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아주 옛날, 한 작은 호랑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왔다. 호랑 애벌레는 자기가 태어난 곳인 초록빛 나뭇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호랑 애벌레는 먹고 자라는 것 이외의 다른 삶을 바랬다. 그래서 그는 길을 떠난다. 그러던 중 그는 한 큰 기둥을 발견한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 그 기둥을 힘겹게 올라간다. 남을 짓밟으며 올라가던 호랑 애벌레는 한 노랑애벌레를 만난다.

노랑 애벌레를 밟고 올라갈 수 없었던 호랑 애벌레는 이 일에 회의를 느끼고 노랑 애벌레와 함께 내려와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싫증이 난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기둥을 찾아간다. 한편 노랑 애벌레는 한 번데기를 만나면서 아름다운 나비로 새롭게 태어난다. 노랑 나비는 호랑 애벌레를 부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의 도움을 받아 한 마리의 아름다운 호랑나비로 태어난다.

이 책은 내용은 간단하지만 다 읽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른 애벌레들과 함께 기둥을 만들며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애벌레들. 그들은 자신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다른 애벌레들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기만 한다. 그 애벌레들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일에만 매달려 사는 우리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현재 행복한가? 그리고 진정 내가 원하는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이 내면에서 쏟아진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고 성찰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이 책이 출간되었지만, 시공주니어에서 낸 책이 가장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소설가이자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 김석희 씨의 번역은 원문의 감동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 자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삶을 선택합시다!?가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