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끄적끄적

틈새를 막아줄 돌멩이가 되어주시겠다는 분(2005.7.11)

해피리딩 2009. 8. 13. 00:34
며칠전 연구소 통장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 이름으로 백만원이 입금된 것입니다. 연구소 계좌로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후원금이 들어오곤 하지만 이런 거액은 처음이라서 당황스러웠지요.
잘못 들어온 것이거나 수치를 실수로 입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지도 못하고 연락이 오면 보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보내준 후원금은 아침독서운동 카페에 매일 게시하고 있는데 며칠째 게시가 안올라오니까 송금을 하신 분이 금융사고가 난줄 알고 메일을 주셨더군요. 놀랍게도 지방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선생님이셨습니다.

아침독서운동을 보면서 가슴 설레고 반갑고 눈물나게 고마웠다고 하시면서 계속 지켜보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아침독서운동이 옛마을의 고풍스럽고 정겨운 돌담이라면 그 돌담이 행여 장마비로 인하여 조그만 틈새가 생긴다면 그 틈새를 딱 맞게 막아줄 그런 돌멩이가 되고 싶습니다."고 편지 말미에 쓰셨더군요. 이 글을 읽고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 선배의 글이 너무 좋아서 프린트해서 책상 유리에 끼어놓고 항상 새기고 있습니다. "절망과 좌절 대신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 이 분이 제게 희망과 용기를 주신 것처럼 이제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아침독서신문 2호를 내면서 후원처를 여러곳 알아봤었습니다. 대부분 첫 반응이 너무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 후원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한 곳에서도 후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방학은 다가오고 그 전에 신문을 내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배포해야하니 막막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회원모금도 아주 부진했지요.
7만부를 찍었던 창간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2만부밖에 못찍었지만 대략 제작비와 발송비를 따져보니 백만원 정도가 손실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딱 그 틈새를 막아준 것이지요.

이런 분들이 제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계시니 정말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참 행복하고 따뜻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