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교회와 종교 관련 글

아버지, 그 존재의 의미(2005/7/29)

해피리딩 2009. 8. 14. 00:17

요즘 아주 홀가분하고도 외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 지훈이는 어린이신문사에서 가는 유럽배낭여행을 떠났고, 그 틈을 타서 지원 엄마는 지원이를 데리고 친정인 진해로 간 것은 다 아시겠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지원이를 못보는 것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렵니다. ^_^ 그저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틈나는대로 사진 보면서 참고 있지요. 오면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오늘 하려고 하는 얘기는 아들에 대한 것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라 오랫동안 벼르기만 했던 영화 투모로우 (원제:The Day After Tomorrow)를 혼자 비디오로 봤습니다. 보면서 정말 후회 많이 했지요.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못본 것을 말이지요. 투모로우는 정말 좋은 영화인데 저로서는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더군요. 환경, 도서관, 부자(父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는데 자세한 영화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나면 동녘지에 영화평을 쓰도록 하지요.

너무나 바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할 시간 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뉴욕에 가는 아들을 비행장에 데려다주기로 한 약속을 깜빡 잊고 있다가 겨우 생각을 해내고 기다리다 지쳐 택시를 타려는 아들을 가까스로 데려다 주게 됩니다. 차 안에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
돌연한 기상이변으로 뉴욕도서관에 갇힌 아들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아들에게 갑니다.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한 얘기도 인상적이네요. 가장 기억에 남은 여행이 뭐냐는 질문에 여행중 무슨 사고가 난 덕분에 아버지와 온전하게 열흘인가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여행이라고 대답합니다. 아버지와 둘만 함께 한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들은 아버지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구해주기 위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죽음의 길을 헤치며 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저것이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지훈이를 유럽에 보내면서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영국에서는 테러가 발생하기도 해서 더 걱정이 되었지요. 지훈이 할아버지는 보내지 말라고 하셨지요. 아무에게도 얘기는 안했지만 솔직히 저도 테러 사건을 핑계로 여행 계획 자체가 취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마냥 커가는 자식을 품안에만 품고 키울 수는 없겠지요. 설사 걱정이 되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여행도 보내고 고생도 시켜봐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지훈이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저와 현정이는 가슴을 졸여야만 할 것입니다.

유럽에 가있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새벽기도회를 나가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쁘게 봐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쉬울 때만 기도한다고 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훈이가 없는 동안 아버지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 합니다. 지훈이가 영화속의 아들처럼 어떤 역경속에서라도 자신을 위해 아버지는 꼭 오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했으면 하는 욕심도 가져봅니다. 지훈이를 위해 모두들 기도해 주세요.



정경화
[2005/7/29 (18:51)] 지훈이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한뼘 더 커진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도하겠습니다...

변경수
[2005/7/30 (12:39)] 얼마전 소설가 최인호씨의 글을 읽다가 "세상에서 아들과 얘기가 가장 잘 통한다"는 말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했길래, 아들과 저렇게 얘기가 잘 통할까?" 의아했지만 동시에 나도 그렇게 되길 소원하게 되었습니다.

이선영
[2005/8/4 (11:32)] 한권사님의 글을 김은호집사가 꼭 읽어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