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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로 성서일기 70 -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라(2007-09-15)
해피리딩
2009. 8. 14. 01:10
“그렇다. 우리의 한평생이 짧고 덧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니,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임을 내가 깨달았다! 이것은 곧 사람이 받은 몫이다.”(전도서 5:18)
지난 주 목사님 설교 본문에 나온 말씀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깊이 와닿은 책이 “농부의 밥상”(소나무)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유기농을 하는 열 명의 농부 집을 찾아서 그 집의 밥상을 살펴보고, 그속에 담겨있는 삶의 자세를 함께 적어갑니다.
우리들은 지금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기는 없었을 것입니다.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 불과 수십 년전 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식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자녀의 배를 굶주리게 하지 않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은 분명 다행스런 일입니다. 오죽 하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분명 좋은 세상이지만 우리의 식생활에는 어쩐지 공허하고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항상 있었는데, 이 책이 그 2% 부족한 느낌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줍니다.
농부들의 밥상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먹는 법은 곧 사는 법”이고, 농부들의 사는 법이 실로 그 밥상에 다 차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내기로 살다가 ‘농부’가 되고 싶어 귀농한 작가가 말하는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농부들의 밥상 이야기는 우리가 진정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직스럽게 농부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뭇 생명에 대한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농사야말로 땅을 살림은 물론이요 갈가리 헤쳐지고 찢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여 조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라 믿습니다. 이들의 밥상에 없는 것은 욕심입니다. 물질에 대한 욕망, 남이야 어찌 되든 저 혼자 배부르겠다는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없는 밥상.
전도서 기자는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이라고 하였는데, 모든 먹거리를 내가 흘린 땀이 아니라 남이 흘린 땀에 의존하여 사는 삶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런 귀한 먹거리를 감사하는 마음도 없이 제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여 먹어대는 제 모습이 또한 부끄럽습니다.
이제 밥을 먹는 일이 그저 배를 채우고 혀끝을 만족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바로 잡는 일이 바로 밥 먹는 일에 달려 있다는데 부박하게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네요.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아는 화천 시골교회의 임락경 목사님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가 밑줄 친 구절이 몇 개 있는데 같이 보아도 좋겠네요.
p155.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하여 제것 챙기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고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누는 사람 말이다.
p174. 김치를 담든 된장을 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精誠)’이다. “정과 성이란 게, 맛은 어떨지 몰라도 나중에 영양소, 활력소까지 간다.”는 믿음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중략> 옛날에는 주로 못 먹어서 병이 났다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너무 많이 먹어서, 또는 당장 입맛에 맞는 것만 잘못 먹어서 생긴 병이 많으니, 그가 보기에는 “음식이 약이고 병”이다. 그러므로 병이 나기 전에는 조심해서 ‘잘 골라먹어야’ 되고, 병이 났으면 그 전에 즐겨먹던 음식을 ‘절대 끊어야 한다’.
p174. 궁극적으로 그가 바라는 것은 “바른 식품을 생산하고 먹어서 깨끗하고 맑은 정신과 몸으로 살자”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정화하는 것은 결국에는 “지구를 살리는 근원이고 생명을 살리는 시작”이라고 여긴다.
김경윤 | 2007-09-15 09:31 [X] |
마음 가는 곳에 몸도 간다더니, 딱 한상수표 책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먹고 잘 삽시다. 화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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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5 17:05 [X] |
저도 부끄럽습니다.... 농부의 밥상,농부의 마음, 정성.....생명....다시 회복해야할 우리들의 영성입니다. 하나님마음입니다. 묵상거리 하나 더 주셔서 감사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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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6 08:02 [X] |
바르게 먹는 것이 바르게 사는것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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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6 09:13 [X] |
농사는 땅을 살림은 물론이고, 갈가리 헤쳐지고 찢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표현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자연 속에서 땀흘릴 수 있는 축복을 도시인인 우리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음식이 보약일 수 있는 먹거리의 삶을 우리 가정에서 어떻게 하지 마음 먹어봅니다. 책을 읽어봐야 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