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끄적끄적

열 살이 된 동녘어린이도서관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하며(2009-04-01)

해피리딩 2009. 8. 14. 01:34
(도서관 개관 10주년 감사예배 주보에 실은 글입니다.)

1999년 3월 28일에 동녘어린이도서관이 개관을 했으니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때 지훈이는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생이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8년 4월 서울 응암동에서 일산으로 교회를 이전하면서 낮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교회공간을 지역주민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첫 단초였습니다. 고민이 풀리지 않던 중에 우연히 들른 구로에 있던 한 작은 서점에서 본 책에 있던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보고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소망을 처음 품었습니다.
MDF를 톱으로 잘라가며 몇 개의 책장을 어설프게 만들고 한 권 한 권 책을 모으며 도서관을 시작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군대를 갓 제대한 홍이표, 홍승표 전도사의 출현은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런 일이었지요. 동녘어린이도서관과 함께 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주님께서 이 일을 아주 기특하게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 주님의 세심한 돌보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도서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동녘어린이도서관은 여기까지 왔고 많은 이들에게 포근한 사랑방이 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왔습니다. 도서관과 함께 많은 아이들이 자랐고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소중하게 이용했습니다. 돈도 사람도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시작한 동녘의 결단은 지금 생각하면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히 낮았던 시절에 동녘어린이도서관은 시작되었고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동녘어린이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이하면서 쓴 글을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더군요.

돌이켜보면 이러한 모든 과정에 보이지 않는 분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그 문제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어떤 것이 필요로 할 때는 그것을 구할 수 있는 지혜를 여러 경로를 통해 깨닫곤 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선한 뜻을 가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선한 뜻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과정에서 맛보는 행복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느끼기 힘들 것이다.

동녘어린이도서관의 개관은 당시의 사회적 필요성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었고,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분명 지금 동녘어린이도서관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급감과 적지 않은 유지비용은 도서관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하고 합리적인 일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합니다. 도서관 운영에 대한 교인들의 공감대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게 안타깝지만 분명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도서관 문을 닫는 일은 어쩌면 가장 쉬운 선택이고, 아주 달콤한 유혹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도서관이 처한 현실이 식물인간 상태인데 집착때문에 단지 일시적으로 수명만 연장하는 것이라면 문을 닫는 게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손쉬운 선택을 하기 전에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을 해봅니다. 치열하게 노력하지도 않고 현상적으로 운영이 침체되었다고 가장 편한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신앙인의 길일까 하는 고민을 해봅니다. 지금은 동녘어린이도서관의 병증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도서관이 동녘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도서관을 살리기 위한 지혜를 찾고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이 시기에 맞는 새로운 길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그 길도 갈 수 있겠지요. 이 문제를 갖고 동녘교인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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