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정 2002년 6월호]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기
[새가정 2002년 6월호]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기
『행복한 청소부』, 『생각을 모으는 사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과연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 달에 소개하는 『행복한 청소부』와 『생각을 모으는 사람』(풀빛)은 독자들에게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들의 주인공인 청소부 아저씨와 부루퉁 아저씨는 읽는 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참 배움의 의미를 일깨워 주웠던 청소부 아저씨, 생각을 모으러 다니며 생각의 다양한 모습과 꽃피우듯 새로 태어나는 생각을 보여주었던 부루퉁 아저씨는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삶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 주인공들은 일반적인 평가에 따른다면 세상의 주류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이나 구석,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고, 정말 행복해진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그것은 바로 자신이 정말 간절히 좋아서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바로 그 마음이 행복해지는 가장 첫걸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바쁘고 지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이 행복해지려는 마음일 것이다.
이제 자기만의 행복에 대한 그림을 찾으려는 이들이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행복을 찾는 여행을.
행복한 청소부
독일의 동화작가 모니카 페트가 쓴 아름다운 그림동화책이다. 현재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을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모니카 페트는 잔잔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많이 냈다. 추상적인 내용을 탁월하게 형상화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림 작가인 안토니 보라틴스키는 이 책을 통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서정적인 내용에 어울리는 미술 작품 같은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톤의 유화는 그림만으로도 이 책 속에 나오는 청소부 아저씨의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왼쪽 페이지는 글, 오른쪽 페이지는 그림이 이어지는 식으로 글과 그림이 분리되어 있고, 그림 하나하나가 화가의 작품처럼 독자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소 이색적이다.
이 책은 거리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일매일 파란색 작업복과 파란색 고무장화에 파란색 자전거를 타고 독일의 유명한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 아저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다른 어떤 일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표지판을 닦고 있는 아저씨 옆에서 엄마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자신이 그 동안 닦고 있던 거리가 아주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저씨는 그 꼬마처럼 자신이 그 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 그 날 이후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한다. 음악가들의 연주가 있는 공연도 가고 노래도 외우고, 작가들의 책도 읽고 시도 외우는 아저씨.
이제 아저씨는 음악가들의 노래를 부르거나, 작가들의 글을 외우면서 청소를 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저씨 주변에 몰려들게 되면서 청소부 아저씨는 유명해 지고 대학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청소부 아저씨는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라는 말로 교수 초빙을 거절한다.
이 책에서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진정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닫고 그것을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를 한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스스로가 일이 아닌 즐거움으로 그 배움을 즐기기에 행복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얼굴 표정들이 살아있는 듯 느껴진다. 어린이같이 보이는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청소부 아저씨의 표정이 참 좋다. 특히 책속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 탱글탱글한 눈동자의 아저씨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 책은 배움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가면서 사람이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변해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자발적인 배움으로 인해 이후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 수 있는지, 존재하는 모든 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행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예술이 주는 즐거움도 느끼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직업의 소중함까지 알게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
이 책에는 생각을 모으는 아저씨에 대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섬세함이 느껴지는 모니카 페트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날카로운 관찰과 기발한 상상력이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작가는 우리가 매일 매일 다르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정확한 시간에 움직이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수줍음이 많은 생각들을 달래가며 생각을 모으는 아저씨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작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준다. 누군가가 매일 매일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 정리하고, 다시 심어 새로운 생각 꽃으로 피어나 아직 잠든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생각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부루퉁 씨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있어. 아침 여섯 시 반이면 아저씨는 어김없이 손때가 묻어 가죽끈이 반질반질 해진 아주 낡은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곤 한단다.
아저씨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생각들을 모으는 일을 해. 예쁜 생각, 미운 생각, 즐거운 생각, 슬픈 생각, 슬기로운 생각, 어리석은 생각……. 이렇게 모은 생각으로 불룩해진 배낭을 메고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일을 시작해. 생각들을 기역 니은 디귿 순으로 챙겨서 정리한 다음 선반에 두 시간 가량 푹 쉬게 놓아두는 일 말이야.
그러면 생각들이 잘 익은 과일처럼 즙이 많아지고, 아저씨는 그것을 화단에 정성껏 심는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게 되지.
"꽃으로 피어난 생각들은 아주 작은 알갱이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갑니다.
높이, 점점 더 높이 날아 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아직 잠으로 덮여 있는 지붕들 위에 떠 있게 되지요.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마에 가만가만 내려앉아, 새로운 생각들로 자라나지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없다면, 생각들은 줄곧 되풀이되다가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화단에 심어진 다음 날 꽃이 되어 하늘로 부서져 아직 잠자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들이 다시 새로 태어나고 있듯이, 우리들도 그런 생각들을 소중히 하고, 타인의 생각도 소중히 생각하라는 뜻을 조심스레 전하고 있는 것이다.
떠나라! 행복을 찾아
이 책들을 덮으면서 독자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여건으로 그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부자 되세요.”라는 다소 천박한 인사가 유행했는데, 필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여러분, 행복해 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