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책이야기

[새가정 2002년 9월호]『세계 어린이 시민학교』시리즈

해피리딩 2009. 8. 14. 20:55

평화는 힘이 세다(폭력)(세계어린이 시민학교  1)  너와 나는 정말 다를까?(차이)(세계어린이 시민학교 2) 

 

[새가정 2002년 9월호]

어린이들이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기

『세계 어린이 시민학교』시리즈

 

현재의 아이들이 미래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의 아이들이 이끌어 갈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라고 믿을 자신이 없다. 유해한 영상매체와 컴퓨터 오락에 중독되어 있는 아이들, 좋은 책보다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만화나 만화영화 캐릭터북만 찾는 아이들,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만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부모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꿈을 꾸고 싶다. 우리가 만들지 못한 가난도 없고, 차별도 없고, 폭력도 없는 사회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된 우리 아이들이 전쟁도 없고, 인종 차별도 없는 지구촌에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사회와 세상에 대해 따뜻한 마음과 바른 생각을 가져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책을 통해 길러주자는 바람에서 만들어 진 것이 『세계 어린이와 함께 배우는 시민 학교』(이하 시민학교) 시리즈이다.

프랑스에서 만든 『시민 학교』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꼭 지녀야 할 건강한 철학과 건전한 상식을 전해 주기 위한 시리즈로 모두 5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들은 어린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중요하고도 예민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어린이들이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쾌한 그림으로 화답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읽어가며 마음의 키를 키워갈 수 있다.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딪히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어른들이 항상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가치관을 심어줌으로써 스스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도움을 한결 편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여러가지 상황을 주고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되, 정답 하나를 제시하는 대신 각 경우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도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책의 구성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엿보기?, 핵심적인 개념과 주장을 풀어 쓴 ?들여다보기?, 주어진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생각해보기?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구성하여 짤막한 이야기와 만화체의 예쁜 그림들을 잘 조화시키며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개구쟁이와 말괄량이들이 부딪히고 넘어지며 세상을 살아가는 열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책을 통해 생각이 한결 성숙해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평화는 힘이 세다

장면 하나.

사사건건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 오빠에게 복수할 방법을 없을까?

장면 둘.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데 한 친구가 공을 뺏으려고 발을 거는 바람에 그만 넘어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위에 든 예처럼 아이들의 세계에서 ?폭력?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오빠랑 말다툼을 하다가 갑자기 먹고 있던 닭다리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고, 조립식 장난감을 만들다가 잘 안되면 그냥 부숴 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아이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폭력이란 왜 나쁜 것인지, 폭력적인 마음이 생기거나 폭력적인 상대를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부정과 무작정의 평화 예찬을 지양하고, 갈등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대신 그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졌을 때의 비극적 해악을 보여줌으로써 화해와 평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알베르 카뮈의 인용구는 이 책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해준다. ?우리가 진정 싸워서 지켜야 할 것은 바로 평화다.?

 

너와 나는 정말 다를까?

이 책은 아이들이 서로가 가진 ?차이?에 대해 아무런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들 사이에 왕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걸까.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의 풍토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 집에 데리고 온 아이 친구집의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배기량에 관심을 갖는 엄마, 일반 아파트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 관계를 보도하는 신문 기사에서 절망을 느낀다.

남자와 여자, 백인종과 흑인종,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사람들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소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돈․학교․가족

3권 ?돈?(바르게 쓰면 더욱 큰 힘) 편은 사람들이 돈을 왜 만들었는지, 그에 따른 필요와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돈은 큰 힘이 있지만 그보다 가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어?라고 말이다.

4권 ?학교?(더불어 살기를 익히는 작은 사회) 편은 학교에는 규율이 있고 함께 사는 작은 사회임을 강조한다. ?규율은 꼭 지켜야해. 너희가 지키는 것처럼 선생님도 지키시거든?하며 일탈땐 당연히 응당한 벌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어른들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5권 ?가족?(가까울수록 존중해야지) 편은 ?사랑하면 할수록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거야?라고 귀엣말로 들려준다. 법적인 가족과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연가족, 편부․편모가족, 재결합 가족 등 가족에 대해 좀 더 폭넓게 규정하며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의 이면에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많은 편집자들이 이 책에 대해 주목했지만 판매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주저하였다고 한다. 책을 낸 출판사에 판매 상황을 넌지시 물어보니 역시 신통치 않다고 한다. 단언하건대 쉽게 만나기 힘든 좋은 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학급문고로 들어가기에 참 적당한 책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만화로 된 그리스 신화책을 보는 아이들의 10%라도 이 책을 보면 좋겠다. 한 열 배쯤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