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내용

[세계일보20060320]''아침독서 10분운동'' 교실풍경 바꾼다

해피리딩 2009. 8. 16. 00:13


15일 서울 마포구 망원2동에 자리한 동교초등학교 3학년 8반 교실.

김소민양은 오전 9시10분 첫 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에 아쉽다는 얼굴로 읽고 있던 책 '천원의 행복'을 덮는다. 김양은 "10분이 너무 짧다"며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읽으면 오늘 다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소민양의 단짝 친구 안혁준군은 "나는 더 많이 읽었는데…"라며

자랑스레 읽고 있던 책을 들어 보여줬다.

교실 뒤 학급 게시판에는 학생들 스스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며, 독서의 진척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밝히는 그림인 '독서나무'와 '독서오름길'이 게시돼 자연스레 책 읽기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 학교 주차장 일부를 덮고 조성한 '독서 푸른 동산'도 봄이 완연한 내달이면 책 읽는 아이들을 위한 야외교실로 손색 없어 보였다.

이처럼 각자 보고 싶은 책을 가져와 1교시 시작 전 10분 동안 읽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에 힘입어 아이들이 책과 친숙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인터넷과 학원 수업에 파묻히는 통에 정작 책 읽는 즐거움은 맛보지도 못한 채 '입시지옥'으로 내몰리던 아이들이 독서의 참맛을 알아 나가면서 책장 앞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책이 친구가 됐어요"=지난해 3월 아침독서추진본부 한상수 사무국장이 책을 통해 일본의 아침독서 사례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각급 학교의 오전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하나둘 책을 꺼내드는 아이들이 늘며 1교시 시작 전 먼지 풀풀 날리고 시끌벅적했던 교실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운동 시작 1년째인 현재 광주와 충남 천안의 각급 학교에서는 이미 아침독서가 정착됐고, 대구에서도 초·중·고 404개 교 가운데 402곳이 참여하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사교육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논술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독서교육과 연계하려 모든 초등학교에서 아침독서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서울도 각급학교 담임교사들의 재량에 따르긴 하지만 상당수 학급에서 10분 독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초등학교 김순록(52·여) 교사는 "집에서 안 읽는 헌 책이나 공포물, 만화책 등을 금지하는 것을 빼고는 10분 활용 방법을 아이들 자율에 맡긴다"며 "책을 읽은 후에도 독후감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담 없이 책을 읽어 나간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교실 게시판에 자유롭게 메모할 공간을 마련해 줬더니 아이들이 책과 관련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써 붙이곤 한다"며 "아침독서 10분이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가정에서는=전문가들은 학교에서의 아침독서 운동이 독서와 친숙해지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이 같은 노력은 가정에서도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온라인 교육업체 비타에듀 에플논술팀 김수연 강사는 "초등학생은 무조건 책을 잡고 앉아 있게 하기보다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이 더없이 좋은 독서 지도법"이라며 "부모가 일상에서 아이들과 책 내용에 대해 얘기하면 아이들이 그대로 모방해 (독서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