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아카이빙 글 - 나와 동녘교회(2009년 11월 6일)
나와 동녘교회
동녘교회에 처음 발을 딛은 때가 스물일곱 살 봄이었다. 군대 시절 신학 전공자가 아니었음에도 군종병이 되어 대대교회를 섬기면서 제대후에는 큰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기독학생회(SCA) 선배에게 소개받은 교회가 동녘이었다.
정확하게 1991년 3월에 처음 교회를 나왔고, 첫 예배를 보면서 이 교회를 계속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후 나는 동녘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둘이나 낳았다. 18년의 세월이 흐른 셈인데 나의 이십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동녘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동녘과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당연히 아내를 만난 일이겠지만, 이 얘기는 너무 개인적인 일이므로 제외한다면 어린이도서관을 하게 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어린이도서관을 하게 된 이야기는 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쓴 아래 글에 자세히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어린이도서관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일은 내 삶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어린이도서관을 하면서 독서운동에 발을 딛게 되었고, 지금은 전업 독서운동가로 살고 있다. 35세에 어린이도서관을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막연히 40대부터는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어린이도서관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독서운동이 나와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은 생을 이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꼈다.
나름대로의 준비기간을 거쳐 직장에 사표를 내고 마흔의 나이에 소망하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업 독서운동가로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주님의 세심한 돌보심과 주변 사람들의 협조로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10분 정도를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자고 하는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하였고, 지금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즐거운 책 읽기가 진행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많은 교회에서 동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주님께서 함께 하신 일이기에 이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고 확신한다. 동녘과의 만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정과 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나는 행복한 가정과 행복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으니 동녘은 내 삶에 기쁨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