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자전거를 가르치면서 얻은 깨달음
큰 아이를 본 후 11년만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큰 애는 아들이라서 그런지 무덤덤한 편이었고, 애 키우는 재미를 잘 모른 채 키웠다. 그런데 둘째는 딸아이라 그런지 완전히 다르다. 애교도 만점이고 뭐든지 아주 적극적이다. 뒤늦게 딸 키우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얼마전에 친구가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나더니 네 발 자전거의 바퀴를 떼어달라고 졸라대서 바퀴를 떼어주고 두 발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쳐주면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딸이 워낙 귀엽다 보니 모든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두 발 자전거를 가르칠 때 혹시 넘어질세라 옆에서 꼭 잡고 놓아주지를 못했다. 잠깐 손을 놓아줬다가도 넘어질 것 같으면 얼른 잡아주곤 했다. 몇 번을 가르쳐주었는데 전혀 진전이 없었다.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타기에는 조금 이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는 일곱 살이다.
그러다가 아내와 같이 나갔는데 내가 자전거 가르치는 모습을 본 아내가 혀를 끌끌 찬다. 그렇게 해서 언제 늘겠냐고 하면서. 아이를 믿고 과감하게 손을 놓아줘야지, 그렇게 계속 잡아주기만 하면 어떻하냐고 말한다. 그러곤 자기가 가르치겠다고 한다. 아내는 여자치곤 과감한 면이 있는 편이다. 아이의 자전거를 잠시 잡아주더니 이내 과감하게 손을 놓아버린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10미터 이상을 아이 혼자 달려갔다. 이런 식으로 아내가 몇 번 가르쳤더니 레포츠공원의 200미터 트랙을 혼자 돌 정도로 금방 실력이 늘었다.
내가 몇 번을 가르친 것보다 아내가 한 번 가르친 것이 훨씬 교육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크게 깨달은 게 있었다. 우리가 아이들을 믿고 아이에게 맡기면 아이가 훨씬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을 믿지못하고 모든 것을 다 해주려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운동장 한 바퀴를 혼자 돈 아이는 자기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얘기했다. 얼굴을 보니 너무나 뿌듯한 표정이다.
아이들을 믿고 과감하게 손을 놓아주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길임을 이번 경험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