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문화선교연구원이 ‘교회 도서관’을 주제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깊은 인상을 준 강연자가 있었다. (사)행복한아침독서의 한상수 이사장. 그는 강연에서 교인을 끌어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 교회 도서관의 현실을 지적하고, 교회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다른 참석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자에게도 교회 도서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 신선한 강연이었기에 한상수 이사장을 꼭 한 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행복한아침독서에서 ‘아침독서운동 시행 5주년 및 <아침독서신문> 50호 발간 축하’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이사장의 활동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시기라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책 냄새 나는 곳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한상수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앞서 교회 도서관을 향한 진지한 태도에서도 알 수 있었듯 책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남다른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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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행복한아침독서가 운영하는 ‘책마을도서관’의 서가 |
교회 도서관을 만나다
한상수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행복한아침독서는 독서운동을 펼치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모든 아이는 책 읽을 권리가 있다”는 모토 아래 이 땅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평등한 독서권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복한아침독서의 핵심 운동은 ‘아침독서운동’.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아침자습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으며 학생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독서운동이다. 이 운동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일본의 독서운동가인 하야시 히로시의 저서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를 한 이사장이 번역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침독서운동은 현재 전국의 초등학교의 57% 이상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그 호응과 성과가 높다. 그 성과는 한 이사장에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독서운동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했다. 그는 “독서운동가로서 제 삶의 모태는 교회 도서관이에요.”라고 고백한다. 12년 전 당시 출석하던 교회의 도서관 관장을 맡으면서 책과의 첫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복무했다. 그때 목회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신학대학원을 다시 진학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목회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무리가 따르고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좋은 평신도가 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봉사를 하자는 마음에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옮기게 됐어요.”
그때 옮긴 교회가 일산에 있는 감리교회인 동녘교회이다. 동녘교회로 옮긴 지 9년째 되던 해에 그는 선교부장을 맡게 된다. 선교부장으로서 지역선교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어린이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1999년 초대관장을 맡으며 동녘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한다.
당시 본업이 따로 있어 도서관 운영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즐거움은 결국 한상수 이사장만의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게 했다. 일산의 학원가에 있는 건물의 22평정도 되는 곳을 임대해 만든 어린이도서관은 그가 온전히 생각해오던 것들을 마음껏 구현한 행복한 공간이었다.
“학원가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일을 하면서 무척 재밌고 엔돌핀이 팍팍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도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책과 아이들에게서 행복을 찾은 그는 결국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독서운동가의 삶에 뛰어들다
본격적으로 독서운동가의 삶에 뛰어들게 된 한상수 이사장은 2004년 ‘어린이도서관연구소’를 만든다. “2002년에 방송 ‘느낌표’가 방영되면서 전국에 어린이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어린이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볼만한 책은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독서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람들이 볼 만한, 또 봐야 할 책을 만들고, 연구도 하고 자료도 공유하자는 생각에 연구소를 만들었죠.” 그때 만들어진 책이 <어린이도서관 길잡이>이다. 이 책은 어린이도서관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책이고 내용이 알차 많은 이들이 찾는 책이 되었다.
독서운동을 본업으로 삼게 되면서 보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그는 어린이도서관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책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사)행복한아침독서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독서운동을 하게 됐다. 한 이사장은 독서운동에 관한 발자취를 이야기하는 내내 “즐거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느냐는 그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독서운동에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는 모든 세대에게 독서가 중요하지만, 특히 아이들에게는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른들이야 읽고 싶으면 읽고 싫으면 말고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선택의 여지조차 없기 때문. 특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독서와 책에 관심이 없는 집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벽지에 있는 아이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고, 책이 좋은지 조차 알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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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행복한아침독서가 운영하는 어린이책전문서점에서. |
이런 뜻을 반영하는 운동도 시작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희망의책나눔’ 운동은 쉽게 말해 책이 없는 아이들에게 책을 주는 운동이다. 대상은 책을 전혀 접하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로,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추천을 받는다. 이 운동은 한상수 이사장의 개인적인 체험도 반영된 운동이라 더욱 의미 있다.
“시골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책을 거의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 항상 아쉬웠고, 지금도 분명 그런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죠.”
그는 ‘희망의책나눔’ 운동을 실제로 해보니 집에 책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현재 예산 부족으로 활발한 활동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삶에 희망을 심어주는 좋은 일에 교회가 적극 동참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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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행복한아침독서가 매월 발간하는 단계별 독서 신문. |
행복한 독서운동가
단체를 운영하고,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고, 도서관도 세우고, 교회 도서관 컨설팅도 하고, 책도 쓰고, 독서신문도 발간하고 너무나 많은 일을 감당하면서도 연신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한상수 이사장. 그에게 힘든 점을 물었지만 역시나 우문이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확신을 갖는 것은 주님께서 이 사업을 예쁘게 보신다는 것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하면, 사람이 필요할 때 사람을 주시고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주시거든요. 매번 기적을 보면서 믿음을 갖고 일을 하니 더욱 힘이 나요. 그래서 힘든 과정 속에서도 즐겁고 좋은 일만 기억나네요.”
그는 독서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독서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책을 좋아해서인지 대부분 선해요. 제가 이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에요. 후원자들이나 독자들이 싫은 소리 하나 하지 않고 ‘좋은 일 하니까 천국 갈 거예요.’라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는 것도 복이자 즐거움이죠.”
아이들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다. 아이들로부터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어졌다거나, 책을 가까이 하고 즐기게 됐다거나 하는 소식을 받으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위한 독서운동이 제가 하고 싶었던 또 다른 목회의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아이들의 영혼을 살찌우고 좀 더 나은 삶, 좋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야죠.”
한상수 이사장의 추천도서
<세 잔의 차>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 이레 펴냄
<마지막 강의>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 하는 책
랜디 포시, 제프리 재슬로 지음 / 살림 펴냄
<농부의 밥상>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는 밥상 이야기
안혜령 지음 / 소나무 펴냄
<
보노보 혁명>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와 사회적 기업의 아름다운 반란
유병선 지음 / 부키 펴냄
<슬로 라이프>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바로 지금 여기'를 충분히 음미하고 즐기면서
삶의 기쁨을 맛보기 위함이다. 슬로 라이프에 대한 70개의 키워드로 이루어진 책.
쓰지 신이치 지음 / 디자인하우스 펴냄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읽는 내내 책 읽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하는 책
타샤 튜더 지음 / 윌북 펴냄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 뉴스>
지구를 해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데이비드 스즈키, 홀리 드레슬 지음 / 샨티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