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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 김희경 옮김 / 276쪽 / 14,500원 / 푸른숲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는 최근에 본 책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이다. 읽는 내내 흥분과 떨림, 벅찬 감격이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이 책에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전 국민의 30퍼센트 이상이 빈민층인 베네수엘라에서 거리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쳐 아이들을 가난과 폭력에서 구해온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35년 역사가 담겨 있다.
엘 시스테마는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1975년 8명의 젊은 음악가를 모아 창립한 최초의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발전해 이루어진 전국 규모의 음악 교육 시스템으로,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 재단(FESNOJIV)’이다. 현재 전국 221개의 음악학교와 5백 개가량의 오케스트라에서 30만 명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배우고 있고, 그 가운데 60퍼센트 이상이 사회 경제적 빈곤 계층이다. 엘 시스테마는 현재 음악 교육을 통한 사회개혁 운동의 이상적인 모델로 인정받으며 세계 각지로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중이다.
20세기에 이룬 가장 탁월한 사회운동으로 평가받는 엘 시스테마가 아브레우라는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는 사실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다. 마침 책이 출판될 즈음 개봉한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를 통해 아브레우 박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이룬 위대한 성취와는 대조적으로 작은 체구의 노인이 확신에 찬 어조로 엘 시스테마가 이룬 성취와 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35년 전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한 청년의 아름다운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꿈을 가진 한 사람의 거대한 신념과 의지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나니 마치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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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레우 박사를 비롯한 엘 시스테마의 활동가들, 그리고 이를 적극 지원한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룬 성취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이를 통해 많은 아이들과 가족의 삶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하니 마치 내 일처럼 반갑고 고맙다.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환경에 의해 미래 삶의 질이 결정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 땅의 가난한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우리는 얼마나 기회를 주고 있을까? 분명 이 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한 희망의 근거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주 먼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이룬 문화혁명에서 찾아본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의 근거가 되어준 책을 낸 출판사에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 엘 시스테마의 연주는 계속되리라. (고1부터)
한상수_㈔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 2010년 11월04일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