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책이야기

신영복서화에세이 처음처럼 -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성찰

해피리딩 2009. 8. 10. 00:37

처음처럼

 

EDM저널(2007년 봄호)

신영복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성찰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이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글씨, 그림, 삶의 잠언을 한 권에 모은 에세이집이다.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런 시대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저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야만의 시대를 몸으로 겪어야만 했다. 열정이 넘치던 이십대 후반의 청년을 그 시대는 이십년 동안이나 감옥에 가둬놓았다.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길어올린 깊은 사색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담을 쌓고 살고 있던 동시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실로 우리 시대의 참스승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신영복의 글은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와 내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한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늘 곁에 두고 삶이 재미없거나 힘이 들 때 펼쳐보게 만든다.

 

더불어 한길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자의 다양한 글씨와 그림을 보는 것은 이 책을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모 소주의 이름으로 사용되면서 더 널리 알려진 신영복의 한글 글씨는 우리 서예의 발전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민적 형식과 민중적 내용을 담아내는 독특한 경지를 보여주는 그의 글씨와 그림은 안목이 없는 사람에게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안개꽃

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장미’가 아니라 함께 핀 ‘안개꽃’입니다.

언제나 우리의 관심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사람답게 사는 일이어야 함을 잔잔하게 일깨우는 책을 보며 내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신영복 지음 / 232쪽 / 12,000원 / 랜덤하우스

 

한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