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석유 없는 삶 - 우리 가까이 있는 분명한 미래
EDM저널(2008년 가을호)
(거의) 석유 없는 삶
우리 가까이 있는 분명한 미래 - “삶의 방식을 바꾸라”
이 책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나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각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화석연료인 석유를 기반으로 하여 인류역사상 가장 발달한 문명을 누리고 있는 현대문명이 머지 않아 종언을 고하리라는 진실이다. 그것은 중세시대의 귀족보다도 훨씬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이 이대로 언제까지 유지될 수 없음을 뜻한다.
석유는 수억 년 전에 살다가 죽은 수생식물과 수생동물의 유해가 층상퇴적물 내에서 진흙·모래와 섞여 수백만 년에 걸친 지질학적인 변성을 거쳐 생성된 것이다. 석유를 산출하기 위해 특별히 시추된 최초의 유정(油井)은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북서부에 있는 에드윈 L.드레이크 유정이었다. 석유의 고갈 시점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21세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의견에는 거의 이론이 없다. 수억 년에 걸쳐 생성된 지구의 소중한 자원을 우리 인류가 불과 두 세기만에 홀라당 다 써버린 것이다. 마치 길에서 우연히 보물상자를 얻고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흥청망청 살다가 망해버린 옛날이야기 속 어리석은 벼락부자 꼴이 된 것이다. 석유를 완벽하게 대체할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역사는 20~21세기에 산 우리들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어리석고 이기적인 세대로 기록할 것이 틀림없다. 후손들이 쓰고 누려야 할 몫까지 몽땅 써버린 너무나 이기적인 조상들을 우리 후손들은 얼마나 원망할 지 등골이 오싹하기만 하다.
프랑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석유 생산량이 수요량에 못 미치는 현실을 여러 자료를 통해 제시하면서 2016년에 배럴당 380달러에 이르게 될 상황을 예상한다. 저자는 2016년까지 석유가 발휘한 효용성과 가치를 대신할 에너지를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2016년 5월 5일, 배럴당 380달러에 이른 상황에서 우리 삶에 벌어질 일들을 다양하게 기술하고 있다. 2003년 8월에 배럴당 29달러였던 석유가격은 150달러대까지 상승했다가 지금은 다행히 11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2016년이면 불과 8년후인데 석유 가격이 지금의 3.5배가 된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2003년과 비교할 때 불과 5년만에 4배로 상승한 것을 생각하면 저자의 전망이 결코 터무니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은 『(거의) 석유 없는 삶』이다. 이러한 제목은 석유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일반인이 이용하기 거의 불가능한 고가이기때문에 실제 생활은 석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석유의 종말에 따른 위기감을 말하면서도 결코 비관적이지 않고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석유가 부족한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대책을 강구하면 석유 이전의 사회공동체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석유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 말한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몸을 좀 더 움직이고, 덜 버리고, 덜 쓰며 사는 삶 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희망적인 전망보다는 보수적인 전망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거의) 석유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한 도전의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지혜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이 책은 깨우쳐 준다.
제롬 보날디 지음 / 성일권 옮김 / 200쪽 / 10,000원 / 고즈윈
한상수 /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