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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 일기 / 박재동 엮음 / 352쪽 / 15,000원 / 돌베개
『대한국民 현대사』
고경태 지음 / 548쪽 / 20,000원 / 푸른숲
『아버지의 일기장』은 우리나라 시사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만화가 박재동이 가난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자식 셋을 키운 아버지가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저본인 일기장의 주인공 박일호 씨는 교사로 일하다가 병을 얻어 교단을 떠난 후 평생 아내와 함께 만화방과 문방구를 운영했다. 1971년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을 기록으로 남기고, 1989년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된 아들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펼쳐들고, 그 시절의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적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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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돌베개(『아버지의 일기장』)제공> |
책을 보는 내내 어머니가 떠올랐다. 필자도 만화가 박재동처럼 만화방 아들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우리 집은 어머니가 만화방과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네 자녀를 키우셨다. 그게 자식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가 하실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볼 수 있어 우리 집이 만화방을 하는 게 참 좋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만화방을 하는 게 아주 힘든 일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떠오른 장면이 있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인데, 아시아의 어느 빈국에 사는 한 아버지가 자녀들을 먹일 하루치 식량을 벌기 위해 수십 리를 맨발로 걸어가서 높은 산 위의 큰 돌을 어깨에 지고 옮기는 일을 하루 종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밖에 없다며 고단한 노동을 기꺼이 감내하는 모습은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형식은 다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든 책이 한 권 더 눈에 띈다. 아버지가 남긴 34년간의 신문 스크랩을 재료로 20년 경력의 기자 아들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내놓은 『대한국民 현대사』다. 스크랩과 메모를 매개로 아버지와 그 세대를 추억하는 이 책은 한 평범한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사 책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지만,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한 권의 책으로 살려낸, 뒤늦게 철든 아들의 사부곡(思父曲)인 점이 더 다가온다.
두 권의 책은 우리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공들여 쓰고 정리한 내용이 아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세상에 다시없는 책으로 재탄생했다. 그 책이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두 책은 기록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얼마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의미 있는 기록들을 남기며 사는지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박재동, 고경태, 두 책의 편저자들에게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아 참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내드린다. (인문, 일반)
한상수_㈔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