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책이야기

[작은도서관신문 2013-7] 내 마음을 울린 두 아들의 사부곡(思父曲)

해피리딩 2013. 7. 1. 04:25
내 마음을 울린 두 아들의 사부곡(思父曲)
주목할 새책

『아버지의 일기장』
박일호 일기 / 박재동 엮음 / 352쪽 / 15,000원 / 돌베개
『대한국民 현대사』
고경태 지음 / 548쪽 / 20,000원 / 푸른숲



『아버지의 일기장』은 우리나라 시사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만화가 박재동이 가난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자식 셋을 키운 아버지가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저본인 일기장의 주인공 박일호 씨는 교사로 일하다가 병을 얻어 교단을 떠난 후 평생 아내와 함께 만화방과 문방구를 운영했다. 1971년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을 기록으로 남기고, 1989년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된 아들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펼쳐들고, 그 시절의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적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림 돌베개(『아버지의 일기장』)제공>
책에는 몸이 아픈 남편을 대신해 고된 일을 감당하며 가장 역할을 했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 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데 대한 부끄러움, 그런 힘겨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해내려 애썼던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 온전히 담겨 있다. 진솔한 삶이 주는 감동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평범한 소시민이 겪어야만 했던 일들, 자식을 키우는 일의 고단함과 즐거움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철든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을 보는 내내 어머니가 떠올랐다. 필자도 만화가 박재동처럼 만화방 아들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우리 집은 어머니가 만화방과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네 자녀를 키우셨다. 그게 자식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가 하실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볼 수 있어 우리 집이 만화방을 하는 게 참 좋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만화방을 하는 게 아주 힘든 일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떠오른 장면이 있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인데, 아시아의 어느 빈국에 사는 한 아버지가 자녀들을 먹일 하루치 식량을 벌기 위해 수십 리를 맨발로 걸어가서 높은 산 위의 큰 돌을 어깨에 지고 옮기는 일을 하루 종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밖에 없다며 고단한 노동을 기꺼이 감내하는 모습은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형식은 다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든 책이 한 권 더 눈에 띈다. 아버지가 남긴 34년간의 신문 스크랩을 재료로 20년 경력의 기자 아들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내놓은 『대한국民 현대사』다. 스크랩과 메모를 매개로 아버지와 그 세대를 추억하는 이 책은 한 평범한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사 책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지만,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한 권의 책으로 살려낸, 뒤늦게 철든 아들의 사부곡(思父曲)인 점이 더 다가온다.

두 권의 책은 우리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공들여 쓰고 정리한 내용이 아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세상에 다시없는 책으로 재탄생했다. 그 책이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두 책은 기록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얼마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의미 있는 기록들을 남기며 사는지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박재동, 고경태, 두 책의 편저자들에게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아 참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내드린다. (인문, 일반)



한상수_㈔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