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 2008년 4월호 초대석 >‘도서관 같은 교실 만들기’에 참여하세요
<출판문화 2008년 4월호 초대석 원고>
‘도서관 같은 교실 만들기’에 참여하세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조선일보가 지난 1년간 진행한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캠페인은 텔레비전이 지배했던 거실에 서가를 마련함으로서 온 가족이 함께 책 읽고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거실에 텔레비전 대신 책꽂이와 책을 놓아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가구 배치가 가져온 변화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는 가족 구성원이 집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공간에 책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필자는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실에도 좋은 책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까를 생각해 보았다. 가정에 좋은 책이 많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교실의 독서환경이 그 아이의 독서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교의 독서교육은 부모가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독서환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은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이런 아이들에게 책을 만날 수 있게 하려면 매일 생활하는 교실에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학급문고는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좋은 책이 가득한, 도서관같은 교실을 꿈꾸며
필자가 시골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더 그랬겠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실에 학급문고라 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교실에서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처음으로 독서다운 독서를 했는데, 이것이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좋은 책이 가득한, 도서관같은 교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가끔씩 해보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교실은 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가능성이 좋은 책과 만나면 활짝 꽃피울 수 있다. 이처럼 학교에서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들의 삶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책이 잘 갖춰진 교실은 독서교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아침독서 하는 학교, 성적 높아
새학기 들어 학교 현장에는 우려할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중학교 일제고사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10년여 전 사라졌던 ‘0교시 수업’과 ‘보충수업’이 되살아나고, 학교의 분위기도 성적순 중심의 줄 세우기 교육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이런 분위기가 교사와 학생의 노력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아침독서운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물론,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겠다는 데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무작정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놓고 획일적인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학력 향상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독서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사유의 체계를 갖추고, 책에 대한 이해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발표한 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지난 1월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 수업에서 ‘다양한 읽기’와 ‘쓰기’ 습관을 중요시한 학교의 학생들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침독서와 같은 단체 독서를 하는 학교는 초등학교는 91.8%, 중학교는 83.5%로 나타났으며, 실시 학교의 국어․수학 성적이 미실시 학교에 비해 평균 2~3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위의 발표 자료를 통해 아침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우리의 높은 교육적 관심이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점수위주의 획일적인 문제풀이로 아이들의 사고를 마비시키지 말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도서관 같은 교실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좋은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친구들과 아름다운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소박한 꿈들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필자는 소망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독서운동단체인 (사)행복한아침독서에서는 매년 학급문고 보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과 교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교실도서관 만들기’ 캠페인을 꾸준히 벌일 계획이다. 도서관같은 교실을 만들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한상수((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