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정 2002년 2월호]
기적의 왕 꼬마 예수
아름다운 시와 산문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는 고진하 목사님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동화집인 『꼬마 예수』를 내었다. 평소 고진하 목사님의 열성 독자였던 필자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든 이들의 마음이 아름답게 담긴 책을 만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정성이 깊게 배인 참 예쁜 책이다.
『꼬마 예수』라는 제목부터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수님은 구유에서 나신 아기 예수님과 어른이 되어 3년여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분이시다. 분명 예수님도 말썽꾸러기 어린 시절이 있었을텐데 이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꼬마 예수’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독자들에게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작가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는 책읽기를 행복하게 해준다.
장난꾸러기 꼬마 예수
『기적의 왕 꼬마 예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예수의 어린 시절을 그려낸 장편 동화이다. 개신교에서 보통 쓰는 성경에는 예수의 어린 시절이 나타나 있지 않아 그 성장 과정에 대해 알기가 힘들다. 그런데 위경이라고 불리는 『아포크리파』에는 예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부분적으로나마 나와 있다. 바로 『아포크리파』에 기록되어 있는 꼬마 예수가 행하는 기적이 이 창작 동화의 모티브이다. 저자는 허물 많은 인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예수의 이미지는 언제나 불편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아포크리파』에 나오는 짓궂은 장난꾸러기 같은 예수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유대인인 꼬마 예수가 겪는 성장의 아픔을 로마인 친구 테세우스의 눈을 통해 따라가고 있다. 화자인 ?나? 테세우스는 유대인을 박해하는 로마의 천부장인 악바스의 아들이다. 꼬마 예수가 물에 빠진 테세우스를 구해주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테세우스는 닳은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한없이 맑고 깊어 보이는 친구 예수에게 쉽게 빠져든다. 테세우스는 또래 친구지만 예수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이후 예수는 믿기지 않는 기적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진흙으로 만든 새를 생명을 가진 진짜 새로 만들어 날려보내고, 뱀에 물려 죽어가던 친구도 살려낸다. 비법을 묻는 아이들에게 예수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동화에선 자연을 사랑하며 친구들과 뛰어노는 어린 예수의 모습이 잘 부각돼 있다. 저자는 어린이의 눈높이를 고려해 철학적인 내용들은 생략하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꼬마 예수가 겪는 성장의 아픔
이 책의 주된 축은 진흙으로 참새를 만들어 하늘을 날게 하는 천진무구한 예수와, 예수의 기적을 이용하려는 포악하고 탐욕스런 로마의 천부장 악바스의 대결이다. 꼬마 예수가 제 또래 아이들과 행하던 기적은 단순한 놀이였지만, 탐욕스런 로마 천부장 악바스로 인해 기적을 행하는 꼬마 예수의 삶은 갈등과 시련에 봉착하고 만다. 악바스를 비롯한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를 받는 어린 예수.
하지만 꼬마 예수는 이러한 상처를 자양분으로 삼아 철없이 행하던 기적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과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성장해 간다. 결말에서 예수의 기적을 이용하려던 악바스가 비참하게 죽고 난 뒤, 꼬마 예수는 “진정한 기적은 눈에 안 보이는 거야.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듯이!”라고 고백한다.
이 동화는 예수도 다른 위대한 인류의 영웅들처럼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자라났음을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이러한 저자의 발상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예수에게 좀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수님을 특별하고 완전한 존재로 생각하기보다는 자기들과 같은 또래의 장난꾸러기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함께 실려 있는 그림은 다소 독특하다. 독일 쾰른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은정 화백이 그렸는데 처음에 언뜻 보면 다소 엉성하고 완성도가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계속해서 보다보면 그림이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꼬마 예수와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좋은 그림으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쉽게 느낀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꼬마 예수가 친구인 테세우스와 헤어지면서 하는 말은 저자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테세우스, 엄마 곁에 가 살면서 그걸 한번 느껴 봐. 맑고 고운 마음을 가지면 누구나 느낄 수 있어. 우리가 쉬는 들숨날숨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숨이 없는 건 아니잖아?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미움과 욕심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 하지만 그것들이 자라나면 무수한 생명들을 죽일 수도 있어……. 또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를 살리는 힘이 될 수도 있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를 살리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우리 아이들이 깨닫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위대한 사랑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 꼬마 예수가 성장의 아픔을 겪으며 자란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해맑게 해줄 동화책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의 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자연을 사랑하며 동무들과 뛰어노는 어린 예수, 부모에게 순종하는 어린 예수, 때로는 기적을 행하지만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고 쓸쓸한 소년 예수의 모습을 그린 『꼬마 예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면 욕심의 어둠을 밝혀 줄 샛별 하나가 가슴속에 떠오르는 걸 느끼며 행복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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