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사상의 은사'로 불렸던 리영희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아마도 90년대 후반 회원으로 있던 청년단체에서 주최한 초청강연회로 기억됩니다. 몸이 다소 불편하셨지만 선생님의 강연은 내게 시대의 지성인다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제 서가에는 평소 존경하던 분들의 저서들을 같은 칸에 꽂아두고 있는데, 리영희 선생님 칸은 당연히 가장 잘 보이는 VIP석입니다. 선생님의 타계 소식을 듣고 서가에 꽂혀있는 책 중에서 <대화-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꺼냈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의 삶을 이끌어준 근본이념은 '자유'와 '책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유'와 '책임'을 선생님의 유언으로 알고 가슴에 새기며 살겠습니다.
서문의 말미에 독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이 있는데 함께 나누고자 적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자신이 그 상황에 직면했거나 처했다면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가치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 보기를. 그럼으로써 이 자서전의 당사자와 대담자가 책 속에서 진행한 것과 같은 자기비판적 대화의 기회로 삼기를. 그리고 기회가 있으면 나와의 비판적 대화도 가질 수 있기를."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먼 훗날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하면 두렵기만 합니다.
영원한 자유인으로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다하신 리영희 선생님, 이제 마음 편히 쉬십시오.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나라는 이제 저희들이 아름다운 나라로 가꾸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