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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센 2005년 5월호) - 희망의 근거, 아침독서운동

해피리딩 2009. 8. 10. 00:59

(북센 원고 - 2005년 5월호)

 

희망의 근거, 아침독서운동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이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주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소리들도 많고 책을 읽히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실 어린이들은 책읽기를 아주 좋아한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제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학교에서 책을 즐겁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고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만 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나온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는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만큼 중요하다. 이 시기에 바른 책 읽기 습관을 들인다면 그 아이의 삶은 훨씬 풍족하고 행복해 지리라.

책 읽기가 하나의 습관이라 했을 때 주목해야 할 것이 학교에서의 책 읽기 환경이다. 좋은 책 읽기 습관을 들이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여 아침독서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침독서운동은 학교에서 매일 아침 수업 시작하기 전 10분동안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자신이 읽고싶은 책을 읽는 독서운동이다. 물론 학교에서의 아침독서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렇지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개별 학교나 학급 차원에서 소박하게 이루어지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사회적인 독서운동 차원에서 아침독서운동이 학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아침독서추진협의회에서 2005년 4월 22일자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초․중․고등학교의 48%에 해당하는 19,000개 학교에서 아침독서가 매일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 환경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아침독서운동에 대해 살펴보니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아 일본에서 아침독서운동을 제창한 하야시 히로시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 청어람미디어 발간)

이 책의 발간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침독서운동을 제대로 펼쳐보자고 하는 사회적인 제안의 의미가 담겨있다. 아침독서추진본부에서는 책의 발간과 함께 아침독서운동을 알리기 위한 몇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2005년 아침독서용 추천도서 목록을 선정하여 발표하였고, 아침독서운동을 소개하는 「아침독서신문」을 발행하여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또한 학급문고가 부족하여 아침독서를 실시하기 어려운 학급에는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 좋은 책들로 학급문고를 보내주고 있다. 여기에 많은 출판사들이 호의를 가지고 협력해 주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대한민국 학교의 아침을 바꾼다

일본에서 아침독서가 시작된 것은 1988년에 두 명의 교사가 본인들이 재직하는 학교에서 아침독서를 실천하면서부터이다. 두 명이 시작한 아침독서의 불꽃은 17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전체 학교 중에서 절반에 달하는 학교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지식인들과 언론계, 출판계, 교육계, 도서관계, 지역 사회, 학부모 등이 적극적으로 아침독서운동을 지원하였다. 이는 일본의 미래에 희망을 주는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라고 생각된다.

이것을 보고 한번 시작해 보자는 용기를 겨우 낼 수 있었다. 단 하나의 학교, 아니 한 학급이라도 우리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아침독서를 실시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독서운동을 시작할 엄두를 낸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아침독서의 효과가 알려진다면 좀더 많은 학교에서 아침독서 시간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이 시간에 책과 행복하게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그런데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것 같은 반응이었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어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한 장학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 못지않게 교사들이 책을 읽지 않는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찾던 중에 아침독서운동을 소개하는 책을 보고 해답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묘안을 아침독서운동은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현재 대구광역시에서는 총 404개의 초․중․고등학교 중에서 390개 학교에서 매일 아침독서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아침독서를 시작하였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이제 아침독서는 조금씩 학교의 아침을 바꿔놓고 있으며 그 안에 희망도 함께 쑥쑥 자라고 있다. 아침독서추진본부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책 읽는 아침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 한다.

 

출판계와 아침독서운동

일본에서는 아침독서운동에 대해 출판계가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최대 출판유통회사인 도한(東販)에서는 아침독서운동의 초창기부터 적극 결합하였고 지금도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의 아침독서추진협의회의 홈페이지가 도한 홈페이지 안에 있을 정도이다. 도한에서는 2000년부터 일본의 전국 주요 300개 서점에 ‘아침독서 코너’를 개설하고 있다. 또한 각 출판사에서는 아침독서 시장을 겨냥한 도서를 출시하고, 기존 도서들도 아침독서용 묶음으로 상품화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책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어린이책 시장은 일부 전통적인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간도서의 시장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인데 아침독서운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는 현재 소학교 중에서 53%에 해당하는 12,283개교에서 아침독서가 실시되고 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학급문고 만으로도 수백만 권에 달하는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아침독서가 활성화된다면 학급에서 필요한 책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한 아침독서가 매일 진행되게 되면 가정에서의 책 구입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어 있다. 아침독서가 생활화되면 부모와 함께 서점에 가는 횟수가 잦아지고 당연히 책 구입량도 늘어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결정적으로 아침독서가 출판계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는 좋은 독자층을 대거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매년 꾸준히. 아침독서를 통해 초․중․고 12년간 꾸준히 책을 읽은 학생들은 졸업후에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수준높은 독자층이 되어 출판계에 화수분이 되어 줄 것이다. 이것은 386세대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독자층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를 통해 책을 읽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것이 출판계가 아침독서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상을 바꾸는 선한 연대

아침독서운동은 현 상황에서 가장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독서운동이다. 아무런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그렇지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아침독서운동에 출판계에서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침독서운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선한 뜻을 가진 이들이 함께 연대할 때 세상은 분명히 바꿔질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아침독서운동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판인들도 과실만 따먹으려 하기 보다는 함께 힘을 모아 아침독서라는 희망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아침독서운동이 출판계에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상수(아침독서추진본부 사무국장, 어린이도서관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