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조금 뒤늦게(?) 본 딸 아이가 있습니다.
제 나이가 아직 한참 젊으니 늦둥이라고 하기는 쑥스럽지만 큰 아이가 열두살때 본 아이이니 터울이 많이 지지요. 큰 애는 지금 중학교 2학년 올라가고 작은 애는 28개월이 지났습니다.
남자 아이만 키우다가 딸을 키우니 정말 많이 다르더군요. 딸아이와 함께 한 28개월은 매일매일이 행복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딸 키우는 재미가 정말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매일매일 느끼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바라만 봐도 삶의 기쁨을 주는 아이. 이런저런 힘겨운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와서 아이의 얼굴만 봐도 힘이 불쑥불쑥 나고 내가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됩니다.
얼마전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부부가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큰 소리도 나고. 지원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본 것입니다. 막 울더군요. 그래서 싸움도 제대로 못하고 말았지요.
그 다음날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저를 맞이하자마자 지원이가 대뜸 하는 말이 "아빠, 엄마 사랑해?"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까. 문득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아이를 안고 "그래, 당연히 엄마를 사랑하지."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지원이가 또래 아이보다는 말이 빠른 편입니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을 보고 딴에는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아이 엄마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질문을 무려 한 달이 넘게 받았습니다. 정말 집요하게 물어보더군요. 정말 아이 앞에서는 부부싸움도 못하겠어요.
살아가다보면 아이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대로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사랑방 게시판이 너무 썰렁해서 올려봅니다. 이 게시판이 정말 사랑방처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포근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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