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끄적끄적

발톱 수술하며 느낀 이런저런 단상(2007.11.23)

해피리딩 2009. 8. 12. 23:59
어제 오른발 엄지발톱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던 일이 여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발톱이 살을 찔러서 염증이 조금 생겼는데 처음 두 주는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었지요. 아무런 차도가 없어서 개인병원 피부과에 갔는데 한 달이 다되도록 차도는 없고 더 악화되는 것입니다.
현정이가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는데 일이 바뻐서 미루다가 더이상 안되겠어서 소견서를 받고 백병원에 갔습니다.

백병원에 갔더니 담당 의사가 발톱이 속에서 살을 계속 찌르고 있어서 외부적인 염증 치료만으로는 치료가 안되고 제거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다니던 개인병원 피부과에서는 상태를 분명히 알았을텐데 외부적인 염증치료만 계속 시켰던 것입니다. 물어보니 개인병원에서는 수술을 잘 안한다고 하더군요. 소위 돈안되고 피곤한 수술이라 그런 것이지요.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염증만 치료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진리를 이번 일을 통해 깨닫습니다.

백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는데 처음에는 한달간 예약이 되어 있어 한달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간호사가 다시 와서 말하는데 마침 한 명이 취소를 해서 이틀후에 시간이 된다고 해서 겨우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수술 일정을 잡으니 조금 무섭더군요. 염증이 많이 있어서 마취할 때 꽤 아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리... 그래도 수술을 안하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으니 어차피 거쳐야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목욕탕도 못가고 운동도 못하고 생활이 참 불편하더군요. 발가락 하나 아파도 이렇게 사는게 피곤하구나 하는 것도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수술하는 날 수술 침대에 누우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수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은 참 두렵더군요. 의사선생님께서 친절하게도 마취주사는 꽤 아프니 참으라고 미리 얘기까지 해주시니 더 그랬습니다. 두려움 속에 기다리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뚱맞게도 분만을 하기 위해 분만실 침대에 누웠을 아내 생각이었습니다. 수술 침대가 조금 비슷하잖아요. 저는 그런 침대에 처음 누워봤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를 평생 데리고 있을 수 없으니 어차피 한번을 치뤄야 하는 분만. 그렇지만 그 일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었겠습니까? 실로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저는 그때 두 아이를 낳기위해 그 두려운 분만실 침대에 올라간 아내가 생각났습니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완전 코웃음 치더군요. 아내의 반응 "어따 대고..."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지요. 두 번이나 아이를 낳았지만 정말 두려웠을 아내의 입장이 되어보지는 못한 것 같아 참 미안했습니다. 남에게는 죽음과 같은 고통일지라도 내 몸의 사소한 아픔보다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게 인간의 이기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많은 생각을 하게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합니다. 아직 완쾌는 안되었지만 곧 정상생활로 돌아가겠지요. 일이 많이 바쁜 시기에 이런 일까지 겹쳐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드디어 그동안 공을 들인 408쪽짜리 책을 인쇄소에 보냈습니다. 책 제목은 <책이 좋은 아이들>로 정했는데, 올 여름에 진행되었던 아침독서 학교 연수 내용중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모아서 낸 독서교육 무크지입니다. 연구소를 시작한 후 다섯번째로 내는 책입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게 되어 기쁩니다. 책이 나올 때쯤 제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오른발 엄지발가락도 좋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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