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내용

[경향신문2005.1.13]“아침 독서 10분으로 인생 바꿉시다”

해피리딩 2009. 8. 13. 00:20

“아침 독서 10분으로 인생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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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관연구소.’ 손으로 쓴 보라색 문패가 웃는 낯으로 방문객을 반기는 일산의 작은 오피스텔. 한상수 소장(41)은 책꽂이와 책상 위에 꽂히고 쌓인 책 사이에서 컴퓨터를 켜놓고 일본어책과 씨름중이었다. 1988년부터 17년째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침 독서운동’에 관한 책들을 번역하고 있는 그는 3월초 개학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아침독서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월초 개학에 맞춰 캠페인-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 수업시작 직전에 좋아하는 책을 10분간 읽는 거예요. 이 운동엔 4대 원칙이 있어요. 매일 읽고, 전교생이 참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교사의 간섭 없이 스스로 읽는다는 거예요. 10분 책읽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요? 천만에요. 매일 10분이 쌓이면 1년에 3,650분, 60시간이 넘어요. 한 해 60시간 책 읽는 것도 엄청나지만,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게 습관이 되면 한사람의 일생이 얼마나 달라질지 짐작이 가요? 나중에 갑자기 보약을 먹는 것보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이죠.”

한소장은 주섬주섬 일본어로 된 자료와 자신이 쓴 책들을 챙겨서 보여주었다. 거기엔 한국과 일본의 독서량 통계가 나와 있었다. 일본 성인 독서량이 우리나라의 2배인 연간 19.2권이고,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독서량은 일본의 절반 수준인 한해 23권 정도였다. 공부에 치이는 중·고등학생 때는 한국과 일본의 독서량이 별 차이가 없었지만 어려서부터 독서교육을 받은 일본은 성인이 되면 독서습관을 되찾았다.

“제가 어렸을 때는 볼 만한 책도 거의 없었고, 어린이 도서관은 꿈도 못 꿨어요. 대학에 입학해 학교 도서관에 처음 들어갔을때 느꼈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책들을 맘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대학졸업 후 12년간 편집회사와 출판사에 근무하다가 2002년 10월 평생의 꿈이던 ‘어린이 도서관’을 개관했다. 일산3동 학원가의 상가건물 5층에 있는 22평짜리 아담한 ‘푸른꿈 어린이도서관’. 한소장이 ‘나이 40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고 부인과 약속하고 준비해왔던 꿈이었다. 한소장은 어린이 도서관을 열기 위해 출판사를 그만두고 2년간 종신보험 설계사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도서관 문 열고나서도 몇달간 보험설계사 일을 했어요. 운영비를 감당해야 했거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재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푸른꿈 어린이도서관’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바닥에 온돌을 깔고, 전문 공방에 의뢰해 책장과 의자를 맞췄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벽과 가구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장서는 모두 4,500여권. 한소장이 서점에서 고르고 골라 사온 ‘좋은 책들’이다.

“지금은 ‘아침독서 운동’을 준비하느라 예전처럼 도서관을 챙기지 못해요. 사서 선생님과 독서지도 선생님에게 맡기고 있죠.”

-어린이 전용 도서관도 운영-

내달부터 시작하게 될 아침독서 운동의 권장도서 300권을 선정하는 문제가 당면과제. 책이 선정되면 교사들을 상대로 ‘아침독서 운동’을 홍보하고, 내년부터는 전국에 확산시킬 생각이다. 부인이 붙여준 ‘진지맨’이라는 별명답게 시종일관 이 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을 하던 한소장은 “넉달 전 태어난 늦둥이 딸을 키우는 심정으로 이 운동을 펼쳐 나가겠다”면서 모처럼 미소지었다.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