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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 성서읽기(47)- 하기 싫은 일 하기(2007-08-18)

해피리딩 2009. 8. 14. 01:08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었다. (중략)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누가복음 10:33~37)

모두 너무나 잘 아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입니다.
최근에 참 하기 싫은 일,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일을 제가 할 수밖에 없어 내키지 않아 하며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간내내 마음이 불편했지요. 다행히 일이 잘 끝나 지금은 마음이 조금 홀가분한 상태입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마리아인 비유가 생각났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강도 만난 사람을 돌봐주는 일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마음에 내키는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제사장과 레위 사람은 자기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 자리를 피해갔습니다. 물론 양심의 가책은 있었겠지만 그러한 행동이 그들에게는 가장 쉽고 편한 선택이었겠지요.
사마리아 사람도 처음에는 그들처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지요. 그렇지만 그냥 놔두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방치할 수 없어 시간과 돈을 들여 그를 돌봐줍니다. 그라고 왜 바쁘지 않았을 것이며, 내면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러한 상황과 마음을 이긴 것은 강도만난 사람에 대해 느끼는 측은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지를 사마리아인 비유는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라고 말씀하시지요.
공동체 생활에서도 이런 경험을 합니다. 설겆이 당번이 마침 안나왔을 때 마음이 불편하지요. 지난 주에도 설겆이를 했는데 또 하기는 싫고, 그래서 살짝 모르는 척 하고 있으면 마음 착한 사마리아인인 목사님과 송호근 집사님이 설겆이를 맡아 하시지요. 솔직히 두 분이라고 설겆이가 좋겠습니까마는 공동체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나선 것이겠지요. 저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마리아인을 발견하고, 제 모습에서 제사장과 레위인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누군가 내키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모두가 그 일을 기피할 때 공동체는 안에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꾸 게을러지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사장과 레위인도 평소에 사회적 지위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서 강도만난 사람을 도와줄 엄두를 안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래도 동녘 공동체에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많아 잘 유지가 되고 있지만, 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몸 아끼지 맙시다. 하기 싫은 일을 눈치보는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먼저 나서서 해치우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저도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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