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서관 성공하려면 전도 조바심 내려놓아야”
문화선교연구원 주최 문화목회 컨퍼런스 열려 [2010-03-27 07:13]
은평구에 위치한 은광교회(이동준 목사)는 지난 1993년 ‘김종대목사기념도서관’을 개관했다. 제대로 된 도서관은 물론 문화시설도 거의 없던 당시, 기증도서와 새롭게 구입한 책 3천 권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주민의 특성에 따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했다. 신앙서적만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주민들은 일반적인 책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서관을 이용하려 꾸준히 교회 문턱을 밟게 됐다. 이 곳에는 아동도서도 마련돼 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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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서관 운영 성공사례로 꼽힌 은광교회 도서관 모습 ⓒ은광교회 홈페이지 |
그러나 회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직접적인 전도는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불교, 천주교 등 타종교인과 무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직접적인 전도는 하지 못하더라도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섬김의 진정성이 통했는지 주민들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독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게 됐고, 노방전도를 나갈 경우에도 ‘도서관이 있는 교회’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렇듯 교회도서관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도서관 운영을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회들에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5일 동숭교회에서 ‘교회 도서관의 창조적 운영’을 주제로 문화목회 컨퍼런스가 열렸다.
교회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몇몇의 교회들은 공공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보며 교회 공간의 일부를 작은도서관으로 만들어 지역주민에게 봉사해왔다.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은 “도서관이 없는 지역은 많지만 교회가 없는 지역은 없다. 도서관 사역만큼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의미있는 지역사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임성빈 교수(문화선교연구원장, 장신대) 역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사회복지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지역도서관으로서의 교회도서관은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책임과제”라고 주장했다.
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에 유리하다. 우선 교회는 주중에 쓰지 않는 유휴 공간이 확보돼 있으며, 열정과 봉사정신이 투철한 좋은 인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도서관 운영을 통해 교회 이미지를 개선하고, 교인들의 지적 수준이 향상되고, 선교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점이 있다.
교회에서 도서관을 운영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한 이사장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으로 “전도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에 대한 의구심과 경계심이 가득한 주민들에게 교회가 목적성을 갖고 도서관을 운영한다면 금방 의도를 알고 기피할 것”이라며 “교회가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도서관을 운영할 때 그것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교회에 등록하는 교인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한 이사장은 급여를 받고 일하는 ‘전담사서’를 따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시설과 설비에 큰 돈을 투자해 훌륭한 장서와 공간을 갖추었다 해도 이용자와 책을 이어주는 열정과 헌신성, 자발성을 갖춘 전담사서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전담사서는 도서관에 관심이 있거나 책을 좋아하는 부목사나 전도사를 배치하거나, 도서관 사업에 열의가 있는 평신도 중에서 선임하거나 혹은 담임목회자의 사모가 담당할 수도 있다.
한 이사장은 “전담사서를 봉사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도서관 일은 단순한 봉사정신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시간 날 때 잠시 하는 봉사직 개념이 아니라 늘 도서관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직장으로 삼아야 도서관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사례로 제시된 은광교회 같은 경우, 담임목사가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당회원과 교인들의 문화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꾸준한 신간 확보의 필요성에 따른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도서관 간사를 상근직으로 뒀으며, 열린 분위기의 도서관 운영 원칙을 유지했기에 좋은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임성빈 교수는 “지금까지 교회 도서관은 공부방 사역의 연장으로 생각하거나 교회 공동체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유지됐다”면서 “도서관 사역을 특화시키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창조적으로 도서관 사역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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