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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리브로> 2010년 9월호 칼럼 - 사서직 도서관장을 許하라

해피리딩 2010. 9. 22. 19:39

 

사서직 국립중앙도서관장과 국회도서관장을 許하라?

 

얼마전 있었던 고위직 인사에서 현 국립중앙도서관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임명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을 역임했던 분이 문광부 차관이 되었으니 도서관 및 독서진흥 정책을 잘 펼치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이 뉴스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아쉬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도서관계에서 가장 높은 고위직은 국회도서관장과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국회도서관장이 차관급(정무직)이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1급(관리관)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고위직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선임된 적이 없다고 한다.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련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것과 비교할 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도서관 운영을 비전문가가 계속 맡는 관행은 하루속히 탈피해야 할 후진적인 관행이라 생각한다.

 

국회도서관장의 임명과정을 보면 너무나 후진적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현재 국회도서관장은 관행적으로 제1야당에서 선임하는데, 도서관의 전문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 계속 임명된다. 국회도서관장은 지금처럼 여야간 나눠먹기식이 아닌 공모제로 바꿔 전문가가 맡아서 운영하도록 임명방식을 개선하고, 도서관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도록 임기도 연장해야 한다. 이게 국격에도 맞는 일이 아닐까 싶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1급 관료중에서 선임하는데, 이러한 관행도 빨리 개선했으면 한다. 사서직 공무원중에서 국립중앙도서관장을 선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재 사서직 1급 관료가 없다면 개방형으로 바꿔 민간 전문가를 선임하는 방식도 고려할만한 일이다. 해마다 2천여명의 사서 자격 소지자들이 나오고, 공공도서관 사서들도 수천여명에 달한다. 지금처럼 고시 출신 행정직들이 국립중앙도서관장을 비롯한 주요 도서관장을 맡는다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도서관이 잘 운영되는 데 도서관장의 자질과 열정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서관은 이상할 정도로 비전문가들이 도서관장을 맡는다. 심지어는 대학도서관도 대부분 문헌정보학 교수가 아니라 다른 전공자들이 관장을 맡는다. 이러한 현실은 문헌정보학과가 있는 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도서관법에 분명히 공공도서관장을 사서직으로 선임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행정직 공무원이 관장을 맡는다. 문제는 공공도서관장을 맡은 행정직 공무원들이 도서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도서관 운영위원을 6년간 하면서 여러 명의 공공도서관장을 만났다.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2년 정도 일하는데 대부분 도서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일했던 행정직들이 발령을 받고 온다. 도서관에 대한 이해를 조금 할 정도가 되면 바뀌곤 한다.

 

모든 기관은 기관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공공도서관장 선임 방식은 우리나라 도서관이 발전하려면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에 분명하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그 어려운 사서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똑똑한 사서들이 오랫동안 전문성을 기르며 공공도서관에서 일한다. 이들이 도서관장에 대한 꿈을 키우고, 언젠가는 소신을 갖고 도서관을 멋지게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아닐까? 이에 대한 민선 자치단체장의 인식 변화를 기대한다.

 

한상수 _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