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만으로 꽉 채운 45년을 산 셈이다. 평균 수명이 꽤 길어졌다고 하지만 남은 삶 동안 큰 병이나 사고 없이 산다고 해도 아흔 살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부터는 삶이라는 산에서 하산길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해야 할 듯싶다. 어제 내 삶에서 스승으로 모시는 분 중 한 분인 리영희 선생님께서 향년 81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떤 삶을 살아야할 지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들기도 했다. 그 사람의 부고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참으로 올곧고 양심적으로 잘 살았다고 인정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리영희 선생님은 여전히 나의 참스승이다.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생일 아침 그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강한 몸으로 마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누구에게 가장 감사를 드려야할 지를 생각하니 어머님이 떠올랐다. 내게 생명을 주시고 갓난아기를 깊은 사랑으로 키워주신 그 분이 안계셨다면 지금의 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으니 실로 당연한 생각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 못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어머님은 내 생일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오곡밥을 지어주신다. 생일날 일흔다섯이 된 노인네가 다 큰 자식을 위해 지어주시는 오곡밥을 보면 속으로 눈물이 난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내 어머님도 젊은 시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셨다. 어머님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 은혜를 망각하며 살아왔다. 참으로 죄송하고 몰염치한 일이다.
작년 생일날 어머님께 “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문자를 드렸다. 직접 말로 하기가 쑥스러워 그랬는데 문자를 보신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고맙다고 하셨는데 당치않은 말씀이다. 그 당연한 이야기를 이제야 했다는 것이 부끄럽고 민망할 뿐이다. 올해 생일에는 봉투에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쓰고 약간의 용돈을 넣어 같이 드렸다. 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얼마나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매해 생일날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봉투를 드리려고 한다. 부디 어머님이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한 생명을 갖고 그 생명을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시켜 낳고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통 자식 생각만 하지 정작 내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못느끼고 안 표현하며 살아간다. 이런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생일은 축하받고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임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일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조금 철든 못난 아들이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어머님, 아버님 부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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