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책이야기

마이 히어로 -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일으켜줄 사람

해피리딩 2009. 8. 12. 23:21

마이 히어로

 

(아침독서신문 2007년 2월호 기고 원고)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일으켜줄 사람

 

<요기 베라 외 지음 / 마이 히어로 프로젝트 엮음 / 문은실 옮김 / 236쪽 / 8,800원 / 위즈덤하우스>

한상수

 

학창 시절 나에게는 존경스럽고 인생의 본보기로 삼고 싶은 영웅이 없었다. 내게 그런 영웅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을까.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이 책은 말과 행동, 정신으로 우리를 감화시켰던 영웅들의 입을 통해 자신에게 길을 알려준 영웅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마이 히어로 프로젝트는 1995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웹사이트(myhero.com)를 통해 우리 주변의 영웅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둔 사람들을 조명하고 있는 이 웹사이트는 매달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24명의 영웅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남캘리포니아 고교 교사인 에린 그루웰 이야기를 들어보자. 1994년 첫 발령을 받은 그루웰에게 아무도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는 문제아반이 배정된다. 폭력과 인종차별, 증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그루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크리스마스에 쓰려고 모아둔 저금통을 털어서 『안네의 일기』를 한 권씩 나눠준 것이다. 그런데 홀로코스트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안 이 열정적인 교사는 현장학습을 통해 역사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밤에 아르바이트(호텔 접수계와 속옷가게)를 해서 아이들을 주립박물관에 데려갈 돈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남는 것은 말과 기록이며 그것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서서히 치유되는 중에 안네의 가족을 도와주었고 『안네의 일기』를 발견하고 보존하여 사람들에게 알린 미에프 기에스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초청하여 아이들과 만남을 주선한다. 기에스와의 만남은 아이들의 마음을 뿌리채 흔들어 놓는 경험이 된다. 이러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프리덤 라이터즈 : 평범하지 않은 십대들이 자신과 주변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글쓰기를 이용했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많은 교사들이 거부한 문제아들은 교사, 사회복지사, 의사, 법률가가 되어 사회에 꼭 필요한 이들로 자랐다. 이러한 그루웰의 교육 프로그램은 미국의 교육계에서는 전설적인 성공담이 되었다고 한다.

그루웰 선생님의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이렇듯 열정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밝고 건강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현재 내 삶이 재미없다고 느껴지거나 힘들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되는 영웅 한 명씩 마음속에 간직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