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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2010.1 아침독서 연재 칼럼 5>희망도서관과 씨앗책

해피리딩 2010. 4. 7. 07:36

2010년이다. 2010이란 숫자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2000년이 될 때 새천년이 온다고 요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0년은 2005년에 아침독서운동을 처음 시작했으니 만 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침독서운동은 아이들에게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행복하게 책 읽을 시간을 만들어주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지난 5년이 그러한 마음의 씨앗을 뿌린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씨앗들을 많은 이들과 마음을 모아 가꾸면서 좋은 결실을 맺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12월에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이하 센터)에 보내는 책을 싸느라 몸이 좀 고단했다. 처음에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하는 희망의 책나눔 사업’을 시작할 때는 기업에서 후원받은 5개 센터만 지원하려고 했기에 큰 부담 없이 시작하였다. 그런데 무려 345개 센터에서 응모를 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센터에서 보낸 신청서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마음에 풍랑이 일었다. 거기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교사가 있었고, 책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직원들과 고민하다가 힘이 닿는 한도까지 최선을 다해 책을 모아서 약간의 책이라도 보내기로 하고 일을 진행하였다. 다행이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알아준 출판사들의 호응이 있어 무사히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 출판사 경영자는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해 주는 게 고맙다며 꽤 많은 책을 기꺼이 기증해주어 우리들을 감동시켰다. 독서운동을 하면서 출판사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부담을 주지는 말자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출판사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도 또 출판사에 손을 내밀었다. 참 염치없는 일이다. 부디 올해에는 외부의 후원을 끌어내서 출판사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렇게 몇몇 출판사의 호의로 처음에 예정된 5개 센터 외에 추가로 162개 센터에 50~100권의 책을 보냈다. 우리는 이 책들에 ‘희망도서관’의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씨앗책’이란 이름을 붙였다. 비록 50권밖에 안되는 책이지만 이 책들이 씨앗이 되어 아이들이 많은 꿈을 꿀 희망도서관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책들을 한 권 한 권 닦으면서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운동이란 이렇게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독서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교사들에게 보낸 학급문고가 아침독서운동의 씨앗이 되었듯이, 센터에 처음 보내는 이 책들이 센터에서 매일독서운동을 활발하게 일으킬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한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책이 넘쳐나는 사회 어딘가에 책이 없어 독서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직 많이 있다. 이 아이들이 책과 더불어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행복한아침독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관에 만드는 작은 도서관에 ‘희망도서관’이란 이름을 붙이고, 희망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기관마다 소박하나마 좋은 책들로 꾸며진 희망도서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더 많은 아름다운 꿈들을 꾸며 살아가면 좋겠다. 희망도서관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201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