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신문에 쓴 글

[7호-2006.4]아침독서운동의 4원칙 들여다보기

해피리딩 2010. 11. 21. 06:15

독서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터 주는 소중한 습관이다. 이렇게 중요한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아침독서운동에는 4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 원칙들만 제대로 지킨다면 아침독서운동은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아침독서운동의 4원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모두 읽어요
모두가 읽자는 것은 친구들과 함께 읽는다는 의미와,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같이 담고 있다. 학교에서 아침독서운동이 제대로 자리잡는 데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이 시간에 교사가 함께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침독서시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시간적 배려를 해 줘야 한다. 교사가 참여하지 않는 아침독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꾸준히 책을 읽다 보면, 이 시간은 교사들에게 차분하게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책읽기의 즐거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평소에 떠들기만 하던 학생들이 차분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교직에 대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아침독서를 하는 많은 교사들이 아침독서시간을 통해 교직에 대한 긍지를 새롭게 가졌다고 얘기하고 있다.

아침독서운동은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부 학급에서만 진행할 경우에 옆 반이 시끌시끌하면 아무래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장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면 자기 학급이라도 먼저 시작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몇 개월간 꾸준하게 4원칙을 지키며 아침독서를 하다 보면 차분해진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옆 반 선생님이 분명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아침독서의 효과를 실제로 보여 주고 설득한다면 학교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많은 학교에서 아침독서운동에 참여할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날마다 읽어요
날마다 읽자는 것은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매일 꾸준하게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단 10분에 불과하다고 해도 매일 아침 반복되기 때문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책읽기 능력이 길러진다. 이렇게 날마다 책을 읽다 보면 모든 학생들이 나름대로 성장하게 된다. 읽지 못했던 책을 읽게 되고, 알지 못했던 단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교과 학습을 위한 토대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으므로 최소한 일주일에 4~5일은 아침독서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루에 10분 정도 책을 읽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문을 많이 한다. 아침독서시간을 10분으로 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꽉 짜여진 학교의 일과에서 10분 이상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 습관이 길러지지 않은 아이들이 처음부터 10분 이상 집중해서 책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10분씩이라도 읽으면 상당히 많은 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독서운동은 하루에 10분만 책을 읽자는 게 아니라, 하루에 최소한 10분은 책을 읽자는 사회적 제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아침독서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의욕을 가지고 30분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독서는 습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자연스럽게 습관화되지 못한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달리기를 배운다고 갑자기 10km씩 달려서는 몸에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10분씩 몇 개월간 꾸준하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학생들에게 나올 것이다. 그럴 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학생들 대다수가 원할 경우에 시간을 조금씩 늘려 주면 된다.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자는 것은 누구의 권유도 아닌, 본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책을 읽자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은 교사나 부모가 골라 준 책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친구들이 추천하는 책에는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꾸준하게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만 아이들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학교 도서관과 학급문고를 좋은 책들로 조성하는 일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 도서관이나 학급문고에 흥미 위주의 책이 섞여 있다면, 아이들은 당연히 흥미 위주의 책에 먼저 손이 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학급문고가 좋은 책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성한 책이 모자란다면 옆반과 바꿔서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가 있다면 만화와 잡지이다. 아침독서시간에는 만화와 잡지를 못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만화 중에는 정말로 좋은 책들이 분명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만화는 아침독서시간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찾아서 보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만화가 아닌 글 위주로 된 책을 보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이 독서의 한 형태로 만화를 볼 수는 있지만, 다른 책은 일체 안 보고 만화만 본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만화의 가장 큰 폐해는 완전한 문장을 읽어 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만화는 묘사 글이 거의 없고 대부분 짧은 단어나 어구로 감정을 표현한다. 짧은 단어에 익숙한 아이들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문장을 읽어 내지 못하므로 책과 멀어지게 된다. 아침독서시간은 만화만 보고 글 위주로 된 책은 눈길도 주지 않는 아이나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경험을 통해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이다. 만화만 보던 아이들이 아침독서시간을 통해 글 위주의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냥 읽기만 해요
그냥 읽기만 하자는 것은 말 그대로 아침독서시간에 책만 보고 일체의 독후활동을 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독서라도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 행복한 책읽기가 되기 어렵다.
이러한 원칙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함이다. 단 10분에 불과한 시간이므로 책읽기에 집중하도록 하고, 그 외에 다른 불필요한 부담을 일체 주지 말자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써야 한다면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가 되고 부담이 된다. 아침독서운동을 통해 책을 꾸준히 읽게 되면 글쓰기 능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따라서 조급하게 독후활동과 연관지으려 하지 말고 순수하게 책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진 독서교육은 행사 위주의 독후활동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만들곤 하였다. 이제 학교의 독서교육은 이러한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아침독서운동을 하는 학교의 아이들 반응을 들어 보면 이 시간을 아주 즐거워한다고 한다. 좀더 많은 학교에서 여러모로 바쁘게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차분하게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상수(아침독서추진본부 본부장, 어린이도서관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