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정 2001년 5월호 칼럼]
아빠를 주제로 한 책들
『나도 커서 아빠처럼 될래요』와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빠를 주제로 삼은 책들을 골라 보았다. 우리 사회 아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이다. 우리 아빠들은 늘상 일에 쫓겨 아이들이랑 놀아줄 시간이 많이 없다. 우리 나라는 외국에 비해 일상적인 근무시간이 길기 때문에 하루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갖기가 참 힘들다. 필자도 회사 일이 바쁠 때에는 일주일 내내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 출근해서 퇴근하면 아이는 잠들어 있는 적도 있다. 얼굴은 본다 해도(잠든 얼굴로) 일주일 내내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 애가 크는 게 금방인데 내가 참 소중한 시간들을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바다와 같은 사랑을 담고 있다 해도 그 사랑이 아이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그 사랑을 얼마나 느낄까 하는 생각이 우리 아빠들을 위축시키곤 한다. 그러면서 읽은 이 책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 아빠들은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을까? 나도 커서 아빠처럼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처럼 아빠들에게 힘을 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크기로 아빠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아빠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나도 커서 아빠처럼 될래요
이 책은 세계 최초의 산업공학자였던 프랭크(1868-1924)와 릴리언(1878-1972) 길브레스 부부의 남다른 가족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길브레스 부부의 12자녀 가운데 장남과 차녀. 육아와 자녀교육까지도 과학적으로 실천하고 싶어 안달이었던 밉지 않은 독재자 아버지와 열두 자녀를 일일이 챙겨주는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열두 명의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가정환경에서 독특한 가족문화를 창조했던 길브레스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써 내려간 실화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 50년이 지났지만(1948년 출간) 5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많은 초․중학교에서 지금도 이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고 있을 정도로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길브레스 부부는 결혼하면서 12명의 자녀를 갖기로 약속하고 17년에 걸쳐 그 약속을 실현해 간다. 열두번째 막내는 남편이 죽기 2년 전인 1922년에 태어났다. 남편 피터가 54세, 부인 릴리언이 44세가 되던 해였다.
이 책은 엄격하면서도 장난스럽고 밉지 않은 독재자 스타일의 아버지와 늘 다정다감한 어머니를 통해서 어떻게 부모가 아이들과 만나야 하는지, 가정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 또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노력에 어떻게 반응하며 받아들이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길브레스 가족은 중요한 사항은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가족회의에서는 꼭 해야 할 특별한 일에 가장 낮은 가격을 적은 사람에게 일을 주었는데, 여덟 살이던 릴리언이 뒷마당의 울타리를 칠하는 데 47센트를 제시하여 일을 따낸다. 그 일은 여덟 살 아이가 하기에는 벅찬 일. 그렇지만 롤러 스케이트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릴리안은 고집을 부린다. 걱정이 된 엄마가 아빠를 설득했지만 아빠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그건 안 될 말이요. 지금 릴리언은 돈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일을 시작했을 때는 반드시 끝을 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소. 릴리언은 잘 해낼거요. 이건 그 아이가 약속한 일이요.?
릴리언은 손에 물집이 생기면서까지 일을 해 마침내 열흘만에 일을 끝낸다. 아빠는 47센트의 돈뿐 아니라 롤러스케이트까지 선물로 준다. 릴리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 당장 달려가서 거들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경험은 릴리언에게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민주적이면서도 독특한 가족회의, 가족쇼핑위원회와 공익위원회, 기획위원회를 통한 가족간의 역할 분담, 아빠와 함께 하는 영화 관람, 아이들이 준비하는 가족 연극,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 천진난만한 아빠의 장난기 등이 이 책 곳곳에 깔려 있어 읽는 이들을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귀여운 독재자인 아버지의 위트 넘치는 행동과, 그런 아버지에게 늘 항상 무언가 배우게 되는 아이들의 재기 발랄함은 읽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핵가족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라 아주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고 가족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자세 뿐 아니라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여 소중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길브레스 가족의 이야기를 아빠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끄는 책이다. 우리 아이가 과연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하지 않은 아빠가 있을까? 이 책은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 셀러로서 그림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숲 속에 사는 귀여운 아기토끼와 넉넉한 사랑을 가진 아빠토끼가 누가 더 서로를 사랑하는지 반복해서 견주어 보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그림동화이다.
서로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결하고 정겨운 문장으로 묘사되어 있다. 맑고 깔끔하게 그려진 수채화풍의 일러스트가 책을 생명력있게 만들어준다. 아름다운 문장들과 조화를 이룬 일러스트는 마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두 마리 토끼 캐릭터들의 섬세한 동작과 천진난만한 표정들은 그림책의 매력을 한껏 살려 준다.
이 책은 특히 아빠가 읽어주기에 적당한 책이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이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빠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낄 것이리라. 아무리 시간이 없는 아빠라 하더라도 꼭 그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아기와 아빠토끼의 사랑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아이와 아빠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그대로 전달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기토끼는 아빠가 자기 마음을 얼마나 잘 아는지 궁금했어요.
“아빠,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만큼요.”
아기토끼는 한껏 팔을 벌리면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빠토끼 팔은 훨씬 더 깁니다.
“아빠는 너를 이만-큼 사랑한단다.”
“나는 아빠를 달까지 가는 길만큼 사랑해요.”
아기토끼는 눈을 감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토끼는 아기토끼를 풀잎 침대에 눕히고 정말 사랑이 가득 담긴 눈길,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만이 담을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기토끼를 바라봅니다. 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그대로 연상이 될 것이다. 잠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행복한 모습으로 잠을 잔다. 평화롭게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빠가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다. 아빠를 달까지 가는 길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잠에 빠진 아기토끼에게 아빠는 미소지으며 속삭인다.
“아가야, 아빠는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만큼 널 사랑한단다.”
한상수
'어린이를 위한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가정 2001년 7월호]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꽃들에게 희망을> (0) | 2009.08.14 |
---|---|
[새가정 2001년 6월호 칼럼]환경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들 (0) | 2009.08.14 |
[새가정 2001년 4월호 칼럼]권정생의 『강아지똥』과 『황소 아저씨』 (0) | 2009.08.14 |
나는 네 친구야 - 웃음을 기다리는 아이들 (0) | 2009.08.12 |
햄버거가 뚝(파란자전거) (0) | 200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