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의 절친한 후배이자 동료였던 정승미 선생님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선생님은 참교육을 위해 애썼던 이 땅의 참된 교사였고, 아이들을 참으로 사랑했던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아침독서운동을 해보겠노라고 할 때 열심히 하라고, 잘될 거라고 하면서 힘을 주었던 행복한아침독서의 창립발기인이셨고, 2005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아침독서운동을 함께 했던 든든한 동료였습니다.
오늘 벽제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선생님을 보니 새삼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일주일간 함께 공부하며 열정을 나눴던 2007년 아침독서학교에서 선생님은 전국에서 오신 동료들과 참으로 즐겁게 책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아침독서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셨지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 읽어주기를 참으로 좋아했던 선생님.
어찌 불과 42세의 나이에 두 아이(중3, 중2)를 두고 하늘나라로 그리도 급히 가셨단 말입니까!!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십시오.
아래는 2008년 11월호 초등아침독서신문에 소개된 선생님 반의 독서교육 소식입니다.
아침독서 학급 탐방-서울 북가좌초등학교 4학년 3반
아침독서, 그 마법의 시간을 찾아서
한껏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상쾌한 가을 아침 공기를 느끼며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4학년 3반의 아침독서시간을 찾았다.
8시가 조금 넘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가방을 놓자마자 학급문고로 달려가 책을 고르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침독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아침독서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이들 스스로 자리에 앉아 책을 보거나 자리를 정돈하면서 조금씩 차분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아침독서가 시작되는 8시 45분. 아이들 모두가 자리에 앉아 아침독서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지금부터 10분 책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아이들도 자연스레 입을 모아 따라하면서 교사와 아이들 모두 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조금 전까지 장난을 치던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니 묘한 감동이 일어났다. 이 고요함을 많은 선생님들이 ‘마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교실 밖에서는 리코더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일이 익숙한 듯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진 찍는 것도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책 읽는 아이들 모습만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몇 장의 사진을 찍는 사이 아침독서시간이 끝났다.
“10분 책읽기를 마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아이들도 책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아침독서가 좋아요!
아이들은 아침독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아침독서의 좋은 점을 물어보았다.
“공부할 때 집중이 잘된다” “3학년 때 했던 자습이나 문제 풀이보다 어렵지 않다” “책에 대해 흥미가 생겼고 긴 책을 좋아하게 됐다” “창의력과 상상력, 공부 성적이 올라갔다” “머리가 맑아진다” 등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대체로 아침에 문제 풀이를 많이 하는 데 비해 책만 읽으면 되는 아침독서시간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창의력과 상상력,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이야기한 경우도 많았는데 일반적인 대답 같았지만 아이들이 독서의 유익함을 직접 느꼈기 때문에 더욱 확신을 갖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긴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할 때는 스스로를 무척 대견하게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 대부분이 2~4일이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니 한 달이면 8권 정도는 꾸준히 읽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긴 책에 대한 부담도 적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한 아침독서는 아이들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예리 학생은 “아침독서시간에 읽던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 쉬는 시간에도 읽어 하루 만에 한 권을 다 본 적도 있어요. 엄마가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빌려오면 처음에는 한 권만 읽어야지 하다가 나중엔 모두 읽게 돼요”라며 전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천선우 학생은 휴일 오전에는 꼭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거나 늦잠을 자고 싶은 휴일에 도서관을 가는 이유를 묻자 “그냥 그게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책을 친근하게 여긴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독서시간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직한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더 솔직한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이번에는 아침독서시간의 나쁜 점 혹은 어려운 점을 물어보았다. “매일 똑같이 아침독서만 하니까 재미가 없다. 월, 수, 금요일은 아침독서를 하고 화, 목, 토요일에는 놀이를 하면 좋겠다” “긴 책을 읽을 때 음악을 틀면 어떨까” “책을 읽으니까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다” “지루하니까 5분으로 줄였으면 좋겠다” “책을 다 읽었는데 친구들에게 방해될까봐 다른 책을 못 갖고 온다” “지각을 하면 아침독서를 잘 못하게 된다”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10분 동안 책을 읽다 보면 더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30분으로 늘렸으면 좋겠다” 라는 단점 아닌 단점도 들을 수 있었다.
뛰어놀고 싶기도 해요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게 매일 똑같이 이루어지는 아침독서시간은 지루할 수 있다. 담임인 정승미 교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아침독서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좋아하는 아이들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침독서를 4년 넘게 해오면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다는 정 교사는 짬을 내 ‘책 읽어주기’를 하여 아침독서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독서시간에 이어지는 정 교사의 ‘책 읽어주기’는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아침독서시간에 변화를 주고 독서의 즐거움을 이어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정 교사는 오랫동안 아침독서를 해온 경험을 통해 다른 어떤 활동보다 아침독서가 가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한 아이는 있어도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말을 직접 느꼈다고도 했다. 이런 확신이 꾸준히 아침독서를 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아침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책의 향기를 느끼고 고요함 속에 책을 읽었던 공동의 경험이 행복한 추억이 되면 좋겠다는 정 교사의 소박한 바람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학교를 나서면서 교실에서 들었던 영어 학습을 시작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떠올랐다. 저렇게 아침독서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전체가 ‘아침독서’라는 고요한 마법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에게 ‘아침독서는 _____________다’
- 일상생활이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책을 읽으니까.
- 새로운 하루다. 책을 읽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니까
- 공부기계다. 집중하게 해서 공부를 잘하게 해주니까.
- 타임머신이다. 미래로도 가고 과거로도 가기 때문이다.
- 공기다. 머리가 맑아지니까.
- 침대다. 마음이 편해지니까.
- 아이스크림이다. 땀을 식혀주니까.
- 타임캡슐이다. 내 머리에 책 내용을 저장하니까.
- 혁명이다. 내 독서습관에 혁명이니까.
이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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